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문화융성, 소비확대로 이뤄내자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문화 융성을 국정의 3대 목표의 하나로 제시하는 것을 보고 필자는 감격을 금할 수 없었다. 평생 나라경제를 다뤄온 필자가 벌써 10년 이상 줄기차게 주장해온 바가 ‘우리 경제는 이제 제조업 중심의 양적 성장만으로는 더 이상 젊은이들을 위한 일자리를 만들지 못하는 만큼 서비스산업과 내수산업에도 고부가가치화ㆍ고급화를 이뤄야 하며 그 핵심에는 문화예술의 진흥이 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문화예술과 문화산업은 그 자체로서 훌륭한 일자리를 많아 만들 수 있을 뿐 아니라 모든 산업의 고부가가치화를 가능하게 하는 지름길이다. ‘미래창조’도 ‘국민행복’도 과학기술만으로는 안되며 문화예술이 함께 해야만 가능하다.

소비에 재정지원 개인의 지출 유도해

지금 우리나라는 거의 모든 분야가 공급 과잉, 과당 경쟁 상태에 빠져 있기 때문에 공급자 지원보다는 수요를 일으키는 것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경제가 어려울 때에는 문화예술의 수요 감소가 더 심각하다는 것은 상식에 속하는 일이다. 그런데 아직도 정부는 내수 진작 방안이 필요할 때면 자동차, 고급 가전제품에 대한 개별소비세의 한시적 면제 같은 상투적인 대책을 내어놓거나 부동산 경기 활성화에 매달려 있는 것 같다. 어차피 세금까지 깎아서 수요를 늘려야 할 상황이라면 문화예술 소비지출에 대해서 세금을 감면해주면 안 될 이유는 무엇인가. 문화예술 종사자들 대부분이 소득 수준이 낮고 한계소비 성향이 높기 때문에 그 어떤 분야보다도 파급 효과가 더욱 클 것이라고 확신한다.


문화예술 진흥책이라고 하면 국가 예산을 들여서 문화예술의 공급자를 지원하는 것을 먼저 떠올리는 것도 문제다. 그러나 소비자의 자발적 수요와 따로 노는 문화예술 공급자에 대한 보조금은 결국은 세금 낭비에 그칠 공산이 크다. 다른 분야에서도 그렇듯이 정부의 보조금은 경쟁력이 없는, 성공하지 못한 공급자들을 연명시켜주는 데 더 많이 쓰이기 때문이다. 재정 지원을 문화예술의 소비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바꾸면 개인의 더 많은 자발적 지출을 이끌어냄으로써 더 많은 돈이 문화예술 분야로 흘러가게 할 수 있다. 지속 가능성도 훨씬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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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초ㆍ중ㆍ고등학교에서의 예능 교육을 실기 위주보다는 감상 위주로 바꾸자. 일반 학교의 예능 교육의 임무는 문화예술의 공급자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문화예술의 애호가를 만드는 것이 돼야 한다. 어려운 살림에도 가끔은 시집도 사고 판화도 사고 음악회도 가지 않는다면 사람 사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그런 시민을 키워내지 않고서 문화예술의 진흥이 가능하겠는가. 또 시민이 외면하는, 시민의 행복과 연결되지 않는 문화예술을 진흥시켜 뭘 하겠는가.

문화예술 소비지출을 촉진하는 차원에서 대통령부터 화랑미술제에 나와 관람하고 그림을 사며 오페라도 보러 가는,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장관과 도지사, 재벌 총수들도 본을 받도록 해야 한다. 기업은 회식이나 골프 접대가 아니라 문화 접대를 늘려야 한다. 기업이나 개인의 문화예술 소비지출에 대해서 손비인정이나 소득공제를 해주는 제도를 대폭 확대하자. 예컨대 현재 기업이 그림을 사면 300만원 이하만 손비인정을 해주고 있는데 이것은 거의 국민에 대한 모욕 수준이다. 문화예술 예산의 비중을 정부 예산의 2%까지 올리기 이전에 자발적 수요를 극대화하는 것이 먼저이다. 국가 예산은 국가 예산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만 해도 쓸 데가 많다.

문화예술계로 자금 선순환 가능하게

마지막으로 문화예술과 가장 직결된 산업 분야에서 오직 여성 대통령이기 때문에 가능한 수요 진작책이 있다. 의상ㆍ핸드백ㆍ구두ㆍ화장품ㆍ향수ㆍ장신구 산업에서 좋은 제품이 나오면 대통령이 사서 써주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마케팅이 되고 수요 진작책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우리는 이미 보고 있다. 우리 경제는 ‘고부가가치 소비를 선도하는 대통령’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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