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당선인과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모든 노인에게 20만원씩 기초연금을 일괄 지급하지 않고 국민연금을 기초연금 재원으로 쓰지 않겠다고 선을 그은 것은 현실을 중시한 판단으로 보인다. 그런데 나머지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기초연금을 누구에게는 주고 누구에게는 안 주겠다는 것인지, 소득재분배 기능이 혼합된 국민연금 중 어느 정도를 소득비례연금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인지 불명확하다. 월 20만원의 국민연금을 타는 노인이 더 받게 되는 연금이 10만원인지 20만원인지, 월 100만원을 타는 노인이라면 연금을 더 받을 수 있는지 여부도 아리송하다.
확실한 것은 기초연금제도가 도입되면 웬만한 저소득층은 국민연금 납입을 기피하게 된다는 점이다. 현재 월 99만원 소득자가 월 20만원의 국민연금을 타려면 매달 8만9,100원의 보험료를 13년가량 내야 하는데 보험료를 안 내도 월 20만원의 기초연금을 준다면 누가 국민연금에 보험료를 내려고 할까.
박 당선인과 인수위는 모든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주는 방안은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65세 이상 노인 전원에게 20만원씩 기초연금을 주려면 내년 13조원, 오는 2017년 17조원의 예산이 들 정도로 부담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기초연금 도입'이라는 공약에 얽매여 새 제도가 초래할 부작용에는 눈을 감고 있다.
어려움 속에서도 국민연금 보험료를 꼬박꼬박 내는 성실 가입자와의 형평성, 보험료 납부기피로 국민연금이 공동화(空洞化)할 수 있다는 위험성에는 눈감은 채 기초연금 지급 대상과 금액을 최소화하기 위해 머리를 쥐어짜고 있다. 기초노령연금제도를 수정하면 될 일을 무리수를 둬가며 '유사 기초연금'을 도입하려는 이유를 도무지 알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