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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호의 '돌아가는 삼각지' 재즈로 재해석해 불렀어요

'말로 싱즈 배호' 음반 낸 말로<br>뮤지컬 '천변캬바레' 출연 계기… 배호의 삶·음악 다시보게 돼<br>직접 프로듀싱·편곡까지 맡아 원곡 느낌 최대한 살리려 노력

말로가 전통가요 프로젝트 2탄으로 'Malo sings Baeho'음반을 내놨다. 말로는 "배호의 프로젝트는 내 마음대로 해석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며"그래서 배호의 노래를 보존하는데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 /사진제공=JNH뮤직

재즈 가수 말로(41)가 타계한 지 41년 된 가수 배호의 노래를 재즈로 다시 불렀다.

물론 말로는 실제로 배호의 노래를 들어본 적이 없다. 말로는 71년 10월에 태어났고 배호는 같은 해 11월에 세상을 떴다. 짧은 시간 동시대를 살았으나 갓난 아기인 말로가 배호의 노래를 들었을 리는 없다는 얘기다. 말로는 지난 2010년 배호의 삶을 다룬 뮤지컬 '천변캬바레'의 음악을 담당했고, 배호를 흠모하는 밴드마스터 '정수'역을 맡았다. 그 일을 계기로 그는 배호를 다시 바라보게 됐고, 전통가요 프로젝트 2탄으로 '말로 싱즈 배호(Malo sings Baeho)'음반을 내놨다. 40년의 간극을 뛰어넘어 트롯을 재즈로 재해석한 얘기들을 들어봤다.


"'나는 한국근대사와 가요사를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자라난 아이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린 시절 친구들이 듣던 가요에 관심이 없었거든요. 이번 대선을 치르면서 과거사 얘기가 나왔는데 나는 아는 게 없었어요. 그 동안 뭘 생각하면서 살았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40년전 요절한 가수의 노래를 부른 이유에 대한 설명은 이렇게 시작됐다.

말로는 "'돌아가는 삼각지'라는 노래는 알았는데 누가 부른 노래인지는 몰랐었다"며"'장충단 공원'도 알고 있었지만 아무런 관심도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세상을 떠난 배호가 그녀에게 먼저 다가왔다. 뮤지컬 '천변카페'에 출연하면서 알게 된 배호와 그의 노래가 남긴 임팩트는 만만치 않았다.


말로는 "배호와 점점 친해지며 그 시대 음악을 비교하면서 들어보게 됐다"며"편곡을 하면서 어떤 스킬을 썼는지 분석하다가 다른 음악과의 차별성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음색 악기를 풍부하게 썼다는 것, 클래식한 곡이라는 것을 알게 됐고 나이 어린 사람이 그런 노래를 불렀다는 것이 경이로웠다"고 고백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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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는 이번 앨범에서는 프로듀싱과 편곡까지 맡았다.

재즈로 재해석 하는 과정에서 배호의 음악에 자신의 색깔을 덧칠한 결과물에 만족하고 있는지를 물었다.

"걱정을 많이 했다. 왜냐하면 동백아가씨까지만 해도 노래를 고를 수 있었다. 풀이 풍부했으니까. 내가 잘 해석할 수 있는 것을 골라서 내 마음대로 했다. 재즈가 가지고 있는 즉흥성을 최대한 살려서 노래를 했다. 하지만 배호의 프로젝트는 내 마음대로 해석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대로 보존하는 데 중점을 뒀다. 노래가 가지고 있는 느낌을 사람들에게 그대로 전해주고, 나를 드러내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나는 항상 재즈 뮤지션으로의 정체성을 확인하면서 작업을 해왔는데 이런 경험이 처음이어서 자신이 없었지만 결과적으로 칭찬을 받았다. 다행스럽다."잘 정리된 메모 같은 답변이 돌아왔다.

인터뷰를 정리하면서 상업적이지도 대중적이지도 않은 재즈에 천착하는 이유를 물었다.

"개인적인 기호 때문이다. 음악을 하는 이유는 내 개인적인 만족을 위해서다. 다른 사람에게 박수 받기 위해서 한 게 아니다. 재즈는 뮤지션에게 공부를 시키는 장르다. 공부하게 만들고, 좌절하게 만든다. 나 같은 공격적인 기질을 가진 사람에게 어울리는 장르다."

단단한 자아로 다져진 아티스트의 답변이 귓전을 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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