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필요와 욕구/손익수 데이콤 명예회장(로터리)

아침에 슈퍼마켓에 가서 알프스에서 방목하는 소의 젖을 초저온 살균시켰다는 「알프스우유」를 찾는다. 그 옆을 보니 광고도 하지 않는 「우리동네 우유」가 놓여 있다.애국심이 발동해 국산 우유를 사고 싶은 생각이 잠시 드는가 싶은데 손은 어느새 「알프스 우유」에 가 있다.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겪을 수 있는 상황을 「우유」를 예로 들어 보았다. 여기서 우리가 「알프스 우유」를 찾는 것은 「욕구」이지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은 그냥 「우유」일 뿐이다. 인간은 「필요」와 「욕구」를 구분해야 한다. 얼마전 항공기내 소비규모에서 우리나라가 최고라는 보도가 있었다. 외국여행에서 쓰는 「1인당 경비」가 우리나라 사람이 최고 수준이라는 보도도 있었다. 나가서 쓰고, 가고 오면서 기내판매를 또 이용하는 것을 보면 우리나라 사람의 소비욕구가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할 수 있다. 또 지난해 위스키 수입증가율이 세계 1위라고 한다. 이처럼 소득수준과 비교할 때 격이 맞지 않는 왜곡된 소비문화는 개인의 갈등차원을 넘어 사회적 갈등과 경제적 후유증을 가져올 뿐이다.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과 세계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세계 11위라고 하는데 OECD(국제협력개발기구) 국가 가운데 우리나라는 국민소득, 1인당생산성, 기업경영환경 등 각종 지표에서 29개국중 바닥권으로 평가되고 있다. 「욕구」와 「필요」는 엄연히 다른 것으로 무절제한 외제선호나 과소비는 「필요」보다는 「욕구」가 지나친 데서 발생하는 소치가 아닌가 싶다. 기업들의 부도사태가 이어지고 수출부진과 외채누증으로 경기하강 국면이 지속되는 시점에서 우리는 「필요」수준으로 「욕구」를 절제하는 미덕을 발휘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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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익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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