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시장논리 벗어난 거래수수료 인하


"요즘 법인영업맨들을 만나면 '그렇게 열심히 영업해서 구두 값이나 버냐'는 우스갯소리를 많이 합니다."

10여년간 증권사 법인영업에 몸 담아오며 국민연금 등 주요 연기금을 두루 맡았던 김모 과장은 국회와 감사원의 눈치에 연기금들이 금융투자 업계에 수수료 인하를 거듭 요구한 지난 몇 년간 업계가 고사 위기에 처했다고 했다.

법인영업맨들이 가장 긴장하는 시기가 있다면 감사 시즌이다. 매번 국민연금이 증권사들에 지불하는 수수료율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번 국정감사도 마찬가지다. 일부 의원들은 "공단이 증권사에 지급한 거래수수료가 2005년 이후 3,579억원에 달한다"며 '최근에서야' 거래수수료율을 0.2%에서 0.15%로 인하한 국민연금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0.1~0.15%만 지불하는 여타 기관들에 비해 비싼 수수료를 내고 있다는 논리였다.


운용자산 규모만도 367조원에 달하는 국민연금은 증권업계에서 VIP 중의 VIP일 수밖에 없다. 모든 증권사들이 국민연금에 최우선적으로 리서치 자료를 제공하고 세미나, 분기별 보고서 등 '국민연금이기 때문에 제공하는 서비스'가 수두룩하다. 특히 감사 시즌마다 비싼 수수료가 문제시되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한 국민연금의 서비스 요구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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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수수료율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2005년부터 세 차례에 걸쳐 거래 수수료율을 0.3%에서 0.15%로 낮췄다. 2005년부터 올 8월까지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투자 규모는 19조7000억원에서 65조7,000억원으로 불어났지만 증권사에 지불한 수수료 규모는 2.7배 늘어나는 데 그쳤다.

증권업계가 수수료율을 대폭 인하하고 국민연금에 리서치 등 부가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게 된다면 어떨까. 국민연금은 자체 리서치센터를 운영하며 자금을 운용해야 하기에 비용부담이 커지고 리서치 역량이 떨어진 금융투자 업계는 외국계 증권사들에 비해 경쟁력이 더 하락할 수밖에 없다.

극단적인 시나리오를 떠올리지 않더라도 해마다 반복되는 수수료율 문제는 시장의 논리에 맡기면 간단히 해결될 것이다. 수수료율을 낮춰 절감한 수수료로 연금수급자들에게 당장 더 많은 연금을 돌려주라는 논리보다는 적정 수수료를 유지하며 운용수익률 제고에 기여한 회사에 더 많은 자금을 집행하는 구조가 연금수급자들에게 이롭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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