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구조조정의 死角지대

새정부는 지난해 2월25일 발족후 「국제통화기금」(IMF)체제를 벗어나기 위한 제일의 과제로 구조조정의 기치를 내걸었다. 정부는 우선 구조조정의 첫 대상으로 정부조직과 산하기관, 출연기관의 축소에 나섰다. 정부조직은 우여곡절끝에 어느정도 슬림화는 이루었으나 산하기관이나 출연기관은 별로 진척이 없다. 오히려 정부방침에 역행(逆行)하고 있는 곳이 많을 정도다. 이래가지고서는 정부의 영(令)이 서질 못한다. 대담하게 메스를 가해야 한다.며칠전 국회의 한 야당의원은 「31개 정부의 군소 재투자· 출연및 보조기관 운영실태」를 분석한 보고서를 내놓았다. 보고서는 정부의 재투자 등 기관의 운영 난맥상이 일반적으로 알려진 상황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고 있어 충격을 준다. 이들 기관은 개혁의 사각지대로서 경영부실에도 아랑 곳 하지 않고 「돈잔치」만 벌여 온 것으로 나타났다. 「도덕적인 해이」도 이만저만한 것이 아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기관은 직급인플레가 극심, 평직원 3.3명당 부장급 이상이 1명인 곳도 있었으며 복리후생비를 과다하게 지급, 흥청망청 한 곳도 많았다. 특히 배우자 회갑에 5일간 휴가를 주는 곳이 있는가 하면, 현원이 71명인데 복리후생비 예산을 104명분으로 편성, 예산을 부풀리기도 했다. 사장연령이 65세인데도 전무이사가 76세인 곳, 일반직 정년이 58세인데도 60세의 일반직이 재직하고 있는 곳도 있었다. 정부 보조금은 곧 국민의 세금이다. 이들 기관이 이처럼 흥청망청댈 수 있었던 데는 규모가 작아 국정감사는 물론 각종감사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는 데 있다. 보조금으로 운영되는 기관에 대한 제도적인 감시가 있어야 한다. 지금 정부는 물론, 민간기업들까지도 구조조정의 고삐를 바짝 죄고 IMF극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참이다. 정부의 보조금으로 운영되는 기관들은 당연히 정부방침을 따라야 한다. 국민의 혈세가 이렇게 낭비돼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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