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미·일의 속셈/김준수 차장대우·정경부(기자의 눈)

새 대통령은 조각하기가 편하게 됐다는 농담이 나오고 있다.정부와 국제통화기금(IMF)과의 자금지원에 따른 협상안이 타결되자 과천청사에서는 차기 경제부총리는 IMF, 경제수석은 미국으로 이미 내정됐다고 비아냥거리고 있다. 통산부장관은 아마도 일본이 추천할 것이라는 우스개도 나온다. IMF등 내각후보들은 협상안에 대해 3명의 대통령후보들로부터 일일이 각서까지 받아놓았으니 차기를 확실히 보장받은 셈이 됐다. 여러 정황을 감안할 때 IMF실무협의단은 미국과 일본의 철저한 감독아래 우리 정부와의 협상에 임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일본의 고위관리가 협상기간중 한국에 급파돼 협상장 주변에 머문 것이 이를 입증한다. 지금은 세계경제 전쟁시대다. 냉전종식후 미국은 러시아 정보원 수를 대폭 줄이고 서유럽과 일본 정보원을 대폭 늘렸다. 아마 한국파견 정보원도 최근 급격히 늘어났을 것이다. IMF는 우리의 외환보유액이 점점 바닥이 나는 것을 간파하고, 자금지원시기를 미룬 채 얻어낼 것은 다 얻어낸다는 전략을 취했다. 이에 비해 우리는 먼저 조바심부터 내고 내부의사결정에서마저 우왕좌왕해 결국 힘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IMF측과의 실무협상이 타결된 후에도 미국과 일본은 자국의 이익을 위한 추가조건을 제시, 협상이 다시 시작됐고 이미 힘을 잃은 우리 협상팀은 계속 밀릴 수밖에 없었다. 미국은 국내 금융시장지배를 통해 산업마저 원격조정하려는 의도를 보이고 있고, 일본은 우리 시장에 직접 들어가 마음껏 유린할 자세를 취하고 있다. 정책당국과 국민 각자가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는다면 IMF신탁통치기간중 우리 경제는 영영 회복하기 어려운 치명상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 발등에 떨어진 위기를 모면키 위해 스스로 「외세」를 불러들였고 며칠째 협상팀이 밤을 새며 자금을 구걸한 끝에 우리 발목에 족쇄를 채우는 계약서에 서명까지 마쳤다. 이제 어쩔 것인가. 일제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처럼 「국채보상운동」을 펼쳤던 선조들의 각오와 정신이 새삼 되살아나는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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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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