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골프 골프일반

"미녀골퍼?… 민낯보면 저도 '헉' 놀라요"

159전 160기 끝 '우승없는 인기골퍼' 꼬리표 뗀 윤채영

KLPGA 삼다수 마스터스서 8년만에 첫 승 마음고생 털어

8주간 1,000홀서 실전 라운딩… 클럽 교체·구질연습이 원동력

올 시즌 한번 더 정상에 올라 '집념의 선수'로 기억되고 싶어


지난 21일 오전7시부터 스케줄을 소화한 윤채영(27·한화)은 오후10시가 다돼서야 한숨 돌릴 수 있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홍보모델 사진촬영에 방송 인터뷰, 후원사인 한화그룹 사내방송에까지 출연했다. 22일에는 곳곳에 인사를 다니느라 역시 저녁 늦게까지 쉴 틈이 없었다. 윤채영은 "우승한 친구들, 정말 대단한 것 같다"며 숨을 몰아쉬면서도 웃음을 멈추지 못했다. 지난 20일 제주에서 열린 KLPGA 투어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에서 첫 승을 올리면서 생긴 일들이다.

국가대표 상비군 출신으로 2006년 데뷔한 윤채영은 예쁜 용모와 큰 키(172㎝)로 일찌감치 주목을 받아왔다. 하지만 "언젠가 기회가 오겠지"하는 마음으로 보낸 햇수만 8년. 이 사이 윤채영에게는 '우승 없는 인기 골퍼'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지긋지긋한 꼬리표는 20일부로 종적을 감췄다. 연장 끝 우승으로 8년, 160개 대회 출전 만에 첫 승을 신고한 것이다. 연장 140야드 거리에서 홀 1m에 붙인 7번 아이언 컨트롤샷은 윤채영의 '인생 샷'이었다. 159전 160기의 주인공 윤채영을 22일 인터뷰했다.


윤채영은 마지막 날 챔피언 조에서 경기한 것이 2012년 11월 서울경제 여자오픈 이후 처음이었다고 한다. 전날까지의 성적이 가장 좋은 선수들이 마지막 조인 챔피언 조에서 플레이한다. 윤채영은 "(3타 차 단독 선두로 1라운드를 출발한) 서울경제 여자오픈 때는 감이 너무 좋아서 김칫국을 마셨다"고 돌아봤다. 당시 첫날 5홀 연속 버디로 신바람을 낸 그는 최종 라운드 초반 짧은 버디들을 놓치면서 공동 3위로 마감했다. 이후 2013시즌을 상금랭킹 41위(9,000만원)로 마치고는 배수진을 쳤다. "어린 친구들은 계속 치고 올라오고…. 2014년에 우승 못하면 영영 못할 거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더라고요." 클럽 전면교체로 승부수를 띄운 윤채영은 겨우내 구질 연습에 몰두했다. 똑바로 칠 줄만 알던 그는 미국 캘리포니아 겨울 전지훈련기간 볼 끝이 왼쪽으로 휘는 드로 샷과 그 반대인 페이드 샷을 몸에 익혔다. 잘못 배웠다가는 골프를 망치는 경우도 많지만 윤채영은 '1,000홀 실전훈련'으로 이를 극복했다. 8주 동안 거의 매일 18홀 이상을 돌았다고 한다. 27홀을 뛰는 날도 여럿. 전훈기간에만 최소 1,000홀을 돈 것이다. 그렇게 익힌 다양한 구질로 윤채영의 경기운영 능력은 몇 배 더 업그레이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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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보면 가장 힘들었던 때는 2009년이었다. 2위와 3위를 두 차례씩 하고 상금랭킹 10위로 2008시즌을 마친 다음 해였다. "혼자 부푼 기대를 안고 다음 시즌에 들어갔다"는 윤채영은 2009시즌 우승은커녕 상금 31위로 내려앉았다. 2010년도 38위로 마친 뒤에는 일본 진출을 타진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마저도 퀄리파잉(Q)스쿨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윤채영은 "공이 너무 안 맞고 힘이 드니까 나름 돌파구를 찾으려던 것이었는데 그런 얄팍한 정신으로 가니까 결국 떨어지더라"고 되짚었다. 당시의 낙방을 계기로 어떻게든 국내 무대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오기가 생겼다고 한다.

윤채영을 얘기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외모. 인터넷에 회원 수 500여명 규모의 팬클럽도 있다. '미녀골퍼'라는 수식은 그에게 힘일까, 짐일까. 그는 "'쌩얼(민낯)'을 보면 나도 '헉'하고 놀란다"며 웃었다. "운동선수가 운동을 잘해야지 자꾸 그런 수식어로만 얘기되면 속상하잖아요. 공도 못 치면서 골프 외적으로 부각된다는 말을 들으면 자신이 원망스러웠죠." 첫 승으로 마음의 짐을 내려놓은 윤채영이지만 '골프도 잘 치는 미녀골퍼'로 불리기에는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다. "첫 승에 대한 기쁨도 크지만 이러다 언제 또 내려갈지 모른다는 염려가 더 강하다"고 털어놓은 그는 "나중에 후배들이 윤채영이라는 이름을 떠올릴 때 '집념으로 끝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던 언니'로 기억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프로 9년 차 윤채영은 아직 한 번도 중도 기권한 대회가 없다. "한 번 '반짝'하는 선수로 끝나면 안 되잖아요. 시즌 끝나기 전에 한 번만이라도 더 우승해야죠. 그 뒤로도 힘닿는 데까지 전진, 또 전진입니다."

She is…

△1987년3월5일 △신장 172cm △혈액형 A형 △정규투어 데뷔 2006년 △통산 1승(2014년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 △주요 성적=2014년 KG 이데일리 레이디스 3위, 2012년 서울경제 여자오픈 공동 3위, 2008년 삼성금융 레이디스 2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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