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우화가 주는 교훈/이만수 교보생명 사장(로터리)

맹위를 떨치던 무더위도 한풀 꺾이고 조석으로 이는 바람이 가을을 물씬 느끼게 한다. 이제 머지않아 높고 푸른 가을 하늘 아래 오곡백과는 여문 속살을 드러낼 것이고, 황금빛 들녘에 벼와 수수목이 더 숙여지면 수확을 서두르는 농민들의 손길도 바빠질 것이다.여름이 없으면 가을이 없듯이 진정한 결실은 땀에서 비롯된다. 여름에 땀 흘리지 않고 가을에 수확을 바라는 것처럼 어리석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나이가 들어도 잊혀지지 않는 이야기 중에 어렸을 적 읽은 「개미와 베짱이」라는 이솝 우화가 있다. 개미는 무더운 여름에도 쉬지 않고 일하여 겨울에 먹을 양식을 구했으나 베짱이는 더위에 일하는 것이 싫어 시원한 그늘에서 노래만 부르다 마침내 겨울이 되자 굶어 죽었다는 내용으로, 일할 수 있을 때 열심히 일하여 미래에 대비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 이야기를 쓴 사람은 생몰연대조차 알 수 없는 고대 그리스 사람이고 보면 그때부터 땀의 중요성이 대두되었던 셈이니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땀이야말로 우리 삶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 아닌가 생각된다. 특히 조직생활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땀의 의미가 더욱 각별한데, 조직이란 국가든 기업이든 냉엄한 적자생존의 원칙이 적용되기 때문에 보다 많은 땀을 흘린 사람이 앞서 갈 수밖에 없다. 마치 개미와 베짱이가 맞는 겨울이 다르듯이. 이제 이념 대결이 사라진 세계는 경제 대결로 치닫고 있고, 국가는 국가대로, 기업은 기업대로 무한경쟁시대를 맞고 있다. 어느 새 우리 앞에는 세계 최고가 되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해 있는 것이다. 세계 최고가 되기 위해서는 각자가 배우면서 일하고, 일하면서 배우는 자세로 환경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길밖에 없다. 과거 우리는 묵묵히 땀흘려 일하는 근면함 하나로 오늘의 경제부흥을 이루어 냈고, 오늘날 우리가 처한 경제 현실은 또 한번 우리의 땀을 요구하고 있다. 「개미와 베짱이」는 이솝이 고대 사람들에게 던진 메시지요, 또한 오늘의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기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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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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