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에셋플러스] 삼성전자·물산·에버랜드 지주사 전환 유력

지배구조 재편 어떻게

홀딩스·사업회사로 분할땐 3세 그룹 지배력 유지 가능

장기적으론 3개 지주사 합칠듯


지난 4월 22일 삼성화재(000810)는 보유하고 있던 삼성전기(009150)와 제일기획, 삼성정밀화학 주식을 매도한다고 공시했다. 같은 날 삼성SDS는 삼성생명(032830) 주식을 처분한다고 밝혔고 삼성카드(029780)는 삼성화재 주식을 삼성생명에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이때만 해도 시장전문가들은 "옮겨가는 지분이 미미한 만큼 당장 지배구조 개편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했다.

지난 5월 8일 삼성그룹은 핵심 정보기술(IT) 서비스 계열사인 삼성SDS를 올해 중으로 유가증권시장에 상장시키겠다고 밝혔다. 삼성SDS는 삼성전자(005930)가 22.5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삼성물산(000830)과 삼성전기도 각각 17.08%, 7.88%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1.25%,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삼성에버랜드 사장이 각각 3.9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등 삼성가 3세들의 지분율도 상당하다. 삼성SDS의 상장 소식이 전해지면서 시장에는 이 부회장 등이 삼성SDS의 지분을 매각한 대금을 통해 핵심 계열사 지분율을 높이거나 이 회장의 지분을 상속받는데 필요한 세금으로 사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는 예상이 조금씩 시장에 퍼지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5월 10일 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졌다. 서울 한남동 순천향대 병원에서 심폐소생술까지 받았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시장에서는 삼성그룹의 후계 승계 작업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급격히 퍼졌다. 이 회장이 서울 일원동 삼성병원으로 자리를 옮겨 저온치료를 통해 회복하고 있다는 삼성그룹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호사가들 사이에서는 이 회장 이후 삼성이 어떤 길을 걸을 지를 놓고 많은 말들이 오갔다. 그룹 수장이 쓰러졌다는 소식에도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기대감에 12일 열린 증시에서 삼성전자의 주가는 3.97%, 삼성생명은 4.04%, 삼성물산은 2.71% 올랐다. 불과 한달 전만 하더라도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던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일제히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를 내놓기 시작했다.

삼성그룹이 변화를 앞두고 있다. 고 이병철 명예회장이 경영철학으로 강조했던 '사업보국(事業報國)'이나 이건희 회장이 지난 1993년 독일 프랑크프루트에서 삼성전자 핵심 임원들을 모아놓고 '마누라와 자식만 빼놓고 다 바꾸자'던 신경영의 차원이 아니다. 국내 총생산의 2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기업집단의 지배구조 근간이 움직이는 것이다.

지난달 28일 기준으로 삼성전자를 포함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삼성그룹 계열사의 시가총액은 총 333조원. 이는 전체 시가총액(1,203조원)의 27.68%에 해당하는 규모다. 금융투자업계의 모든 관심이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이슈에 쏠릴 수 밖에 없는 이유다.

현재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는 삼성에버랜드가 삼성생명 지분 19.4%를 보유하고 있고 삼성생명이 7.2%의 지분율로 삼성전자를 지배하고 있다. 이어 삼성전자가 삼성SDI(006400)를, 삼성SDI가 삼성물산을 장악하는 식이다. 이 회장을 비롯한 그룹 총수 일가는 순환출자구조의 상단에 있는 삼성에버랜드를 장악하며 삼성그룹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 그러나 삼성에버랜드와 삼성생명을 제외할 경우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삼성SDI 등 핵심 계열사의 최대주주 관계자 지분율은 20% 미만에 불과하다. 상속으로 지분율 일부가 상실될 경우 총수 일가의 지배력이 더 취약해 질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삼성그룹의 지배구조가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삼성에버랜드가 지주회사인 홀딩스와 사업회사로 분할하고 이들 지주회사가 각각의 계열사를 지배하는 식으로 개편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 경우 이 부회장 등 삼성가 3세들은 지주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는 방법으로 그룹 전체를 아우를 수 있기 때문이다. 최종적으로는 삼성전자홀딩스와 삼성물산홀딩스, 에버랜드홀딩스가 합병을 통해 통합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시나리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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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호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현재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를 유지하더라도 삼성생명과 삼성물산을 통해 3세 경영체제를 이어갈 수 있지만 삼성전자를 비롯해 핵심 계열사에 대한 오너 일가의 지분율이 낮다는 문제점이 있다"면서 "3세간의 지분 정리 가능성도 큰 만큼 삼성전자를 비롯한 핵심 계열사를 중심으로 지주회사 체제로 변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건희 회장 외부 자극 반응 등 조금씩 호전… 의식 회복땐 경영권 승계 작업 속도 붙을듯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조금씩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 회장이 의식을 회복하면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가 3세들에 대한 경영권 승계 작업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한다.

지난달 25일 가족 병실에서 홍라희 여사 등 가족들이 프로야구 경기를 보던 중 삼성라이온즈의 이승엽 선수의 홈런으로 소리가 크게 나자 이 회장은 한 차례 눈을 크게 뜬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19일 중환자실에서 일반병실로 옮겨온 이후 점차 외부 자극에 대한 반응 정도가 강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준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팀장은 지난달 28일 삼성 수요 사장단회의 후 브리핑 자리에서 "이 회장의 외부 자극에 대한 반응이 좀 더 명확해지고 강해지고 있다"면서 "의료진은 좋은 신호로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회장의 병세가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는 만큼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금융투자업계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심근경색이라는 병마에서 회복되고 있기는 하지만 노령인데다 지병이 있는 만큼 언제 또 건강이 악화될 지 모르는 상황에서 의식을 회복한 이후 경영권 승계 작업에 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서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한 3세들 간 교통정리가 아직 안된 것으로 파악된다"면서 "이 회장이 의식을 차린다면 아무래도 '누가 어디를 가져간다' 등 각종 마찰음이 나오고 있는 경영권 승계 작업이 보다 명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 대형 증권사의 지주회사 담당 연구원은 "이 회장의 건강이 악화되면서 증권시장에서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지만 최종 결정권을 가진 이 회장이 의식을 차리지 못하고 있어 더 이상 진전되기 힘든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따라서 이 회장의 건강이 회복되면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속도가 붙고 핵심 계열사를 중심으로 삼성그룹주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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