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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갈수록 '일본화'되는 세계 경제… 진통제만 처방 말고 대수술하라

돈 풀고 재정투자 반복, 고령화, 비리로 얼룩진 관료

■ 세계가 일본된다 (홍성국 지음, 메디치 펴냄)

日, 과거 성공방식 고집하다가 '전환형 복합불황'에 빠져 몸살

단기 정책보다 장기 성찰 통해 근본적인 비효율·규제 개선을



세계가 일본이 되어가고 있다. 일본이 급성장하던 1980년대였다면 모를까, 장기불황의 대명사가 되어버린 지금 '일본화되고 있는 세상'은 우울한 예언과도 같다. 25년 경력의 애널리스트이자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으로서 세계 경제를 연구해 온 저자는 이렇게 진단한다. '일본형 변화는 절대로 따르지 말아야 할 경제 모델이지만 점점 닮아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경제성장률과 물가, 투자, 금리가 역사상 최저 수준에 머무는 '신 4저 시대'로 한국과 중국은 물론 미국과 유럽 국가들까지 빨려 들어가고 있는 지금, 선험자인 일본의 사례를 분석해 그 속에서 시사점을 도출해 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저자는 일본의 장기불황을 경제적 현상을 초월하는 거대한 변화로 본다. 경제가 가장 먼저 변화했지만 이후 정치 사회 문화 등 거의 모든 분야가 과거와는 전혀 다른 세계로 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일본의 변화를 저자는 '전환형 복합불황'으로 명명했다. 지금까지 전환이란 단어가 긍정적인 의미로 많이 쓰였다면, 이제부터는 반대다. 전환형 복합불황에서 전환은 '성장시대의 종말'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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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과거 일본의 성공과 불황을 분석하고 그 속에서 시사·대안점을 찾는 구조로 정리돼 있다. 총 7장으로 구성된 책은 일본의 현재와 세계 각국을 비교하고 왜 일본이 25년이나 장기 불황에 빠져 있는지 분석한다. 일본이 장기 불황을 겪는 25년 동안 각 산업에선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그리고 산업별로 일본의 실패가 한국에 주는 시사점이 무엇인지도 언급한다.

가장 눈이 가는 부분은 마지막 7장. 저자는 7장에서 일본의 근현대사에서 두 번의 성공과 두 번의 실패 과정을 살펴보고 현재의 전환형 복합불황의 원인을 파악한다. 역사학자들은 지난 160년간 일본의 역사엔 2번의 성공과 2번의 실패가 있었다고 본다. 1854년 개항기부터 2차 세계대전까지 90여 년은 일본의 첫 번째 성공과 실패기간이고, 2차 세계대전 후부터 1989년까지는 2차 성공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1990년부터 현재까지 해당하는 2차 실패기. 이 시기의 시작점인 1990년대 초반은 일본이 장기불황을 거쳐 전환형 복합불황을 잉태해 가는 기간이기 때문이다. 25년에 걸친 일본의 2차 재건이 계속 실패를 거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책은 현상유지·과거지향에 치우친 파워 엘리트의 이익추구와 무책임 정치, 고령화, 고도성장을 주도했던 고령층의 안일한 대응(위기의 과소평가), 관료와 기업 간 결탁 등을 주요 원흉으로 꼽는다.

책을 읽다 보면 일본의 실패는 결국 과거 일본을 일으킨 '성공 경험'이 만들어 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성공의 관성에 집착했던 기업이나 관료들이 자신들이 성공했던 사회와 미래를 똑같이 판단, 어려워질수록 과거의 방식에 집착해 문제를 해결하려 한 것이다.

한국이 밟고 있는 불황의 단계는 일본이 걸었던 그것과 너무도 유사하다. 일본은 금리 인하와 자금 방출, 재정투자를 반복하며 종양을 키웠다. 일본 사회의 근본적인 비효율의 문제와 과도한 규제, 고령화에 따른 사회적 부담 증가, 빈부격차 확대 같은 구조적 요인에 대한 처방은 전혀 없었다. 사회 시스템에 대한 장기적 성찰 없이 단기 정책을 들이대고 있기는 지금 한국도 마찬가지다. 대수술이 필요한데 단기 진통제만 반복 처방한 결과를 우린 이미 보았다. 25년째 언제 끝날지 모를 '현재진행형'의 불황을 타고 있는 일본을 통해서 말이다. 1만 6,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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