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소년(0~14세)과 고령인구가 생산가능인구(15세~64세)를 추월하게 되는 오는 2060년 대한민국의 슬픈 풍경 한 가지.
#인천 남동공단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A사장은 겨우 새로운 인력 5명을 우여곡절 끝에 충원하는 데 성공했다. 새로 뽑은 신입직원의 평균연령은 29세. 하나같이 대학 졸업자이지만 아무런 기술은 갖고 있지 못하다. 그래도 A사장은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거의 대부분 대학을 가는데다 생산가능인구마저 확 줄어들어 20대 안팎의 기술력을 갖춘 젊은 층을 뽑는 것은 꿈도 못 꾸는 게 현실"이라면서 "혹여 이들 가운데 이탈자가 생길 경우 또 어떻게 충원해야 할지가 더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2060년이 되면 생산가능인구 100명이 유소년과 고령자 101명을 먹여 살려야 한다. 인구구조는 물론 고용구조마저 얽힐 대로 얽혀 희망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A씨의 사례는 보여준다.
생산가능인구는 4년 뒤인 2016년부터 감소세로 전환되는 것으로 분석돼 산업계 전체에서 최적의 구직자를 찾는 것은 시간이 흐를수록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다 고등학교 졸업생의 대학교 진학률이 80%를 넘어서고 전문계고 진학률도 71.1%(2010년)에 달하면서 고용구조마저 갈수록 꼬이고 있다. 최종학교의 졸업연령은 물론 노동시장 진입연령도 해마다 높아지는 반면 기술력을 갖춘 젊은 인력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턱없이 부족하다. 생산인구 감소, 대학 진학 증가, 노동시장 진입연령 고령화 등으로
갈 길 바쁜 한국 경제가 '고용의 덫'에 빠져 들고 있는 형국이다. 결국 해결의 열쇠는 전문계 고등학교 확대와 고졸채용 확대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덫에 빠진 고용구조=대학 진학률이 해마다 늘면서 지난 1999년 21세였던 최종학교 평균졸업 연령은 2006년 21.9세로 늘었다. 같은 기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이 20.1세에서 20.5세로 소폭 늘어난 것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졸업연령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노동시장 진입연령도 마찬가지. 1999년 24.3세였던 것이 2006년에는 25세로 0.7세 늘었다. OECD 평균이 같은 기간 0.1세 늘어 23세인 것과 비교하면 절대연령도 월등히 높다. 취업연령이 높아진다는 것은 그만큼 가계나 사회의 교육비용이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하고 '높은 교육 비용→지출증가→소비위축, 노후준비 미흡→청년실업 양산' 등의 악순환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취업을 목표로 만든 전문계고의 대학 진학률도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1990년 기준으로 7.8%에 불과했던 전문계고의 대학 진학률은 2000년부터 역전되기 시작하더니 2010년에는 71.1%에 달한다. 20년 새 대학진학률이 무려 10배가 늘었다. 반면 취업률은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 1990년에는 10명 중 8명이 취직(취업률 79.8%)을 했지만 2010년에는 19.2%로 고꾸라졌다. 10명 중 2명만 취업을 할 뿐 대부분 대학으로 발길을 옮긴 것이다. 새로운 인력충원의 원동력이 돼왔던 전문계고의 추락이다.
그렇다 보니 산업인력의 공급기반은 갈수록 약해지고 있다. 대학 진학이 늘면서 현장의 기술ㆍ기능 인력 수급난이 위험수위에 달하고 있다. 양(量)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얘기다. 또 직업교육의 질(質)도 같이 떨어지고 있다. 직업교육보다는 대학 진학에 집중하고 있는 탓이다.
◇취업과 학업 병행 가능한 시스템 절실=전문가들은 실타래처럼 얽힌 청년실업과 고용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고졸 취업을 확대하는 데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고등학교 졸업장을 가지고도 취업이 가능한 기업문화를 창출하고 처우도 개선된다면 굳이 무리해 대학 진학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전문계고 학생들이 취업 후 학업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도 필요하다. 전문계고 학생들 대부분이 취업과 진학을 놓고 갈등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취업 후 학업'만 가능하다면 상당수 학생들이 취업으로 발길을 돌릴 수 있다는 얘기다.
김성심 경기여자상고 교사는 "학생들은 취업과 진학 사이에서 갈등을 하고 있다"면서 "최근 고졸채용 바람이 불면서 '선(先)취업ㆍ후(後)진학'이 가능하다는 분위기가 일고 있는데 이것이 현실화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부 역시 고졸채용 확대를 독려하면서 취업과 학업을 병행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독일의 경쟁력 원천이 바로 현장 중심의 직업교육을 통한 전문인력 양성인데 취업 후에도 공부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이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취업과 학업을 병행할 수 있는 기업문화가 성숙되면 노동시장의 진입연령을 낮추고 우수한 현장인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은행의 한 고위 관계자도 "고령화되는 사회에서 고졸 취업을 늘려나가야지만 기술력과 생산력을 확대할 수 있다"며 "일자리를 통한 복지 시스템 구축은 고졸채용에서 시작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