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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의 고장' 강원도 횡성, 햇살 머금은 물안개… 솔향 가득한 명품숲… 가을 비경에 취하다

횡성호 물안개의 현란함은 포동1리 마을 앞에서 극에 달했다. 물줄기 건너편의 산 위로 얼굴을 내민 아침 햇살은 물안개가 깔린 배경의 색깔을 기포 위에 투사했다.

전망대~임도길~삿갓봉아래길~이정표~ 쉼터및 교육장~소나무숲길~숲입구로 이어지는 명품숲길의 전장은 8km, 3시간 반을 걸으면 떠난 자리로 다시 돌아오는 코스다.

10월7일부터 닷새 동안 횡성에서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한우축제가 열린다.

포동교 다리아래 투명 물방울

산허리 지우며 말없이 흐르고 소나무 가득 채워진 안흥 숲길


슬픈사연 숨긴채 푸른자태 뽐내

7일부터 닷새간 횡성한우축제… 미식가엔 또다른 즐거움으로

강원도 횡성군 갑천면 포동교 다리 위에 차를 세우고 비상등을 켰다. 오가는 차는 드물었지만 간혹 다리 위를 달리는 차량들은 흡사 이륙을 앞둔 항공기 같았다. 차량에서 밀려오는 공기의 파문은 '쌩'하는 소리가 돼 귓전을 스쳤다. 다리 위에 차를 세우고 카메라를 들고 내린 것은 다리 아래에서 물안개가 피어오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랜 가뭄 탓으로 물줄기는 가늘어져 빈약한 몰골이었다. 수량은 적었으나 횡성호로 향하는 하천은 전날 낮 동안 쬔 햇볕으로 운동량이 많아진 물분자들을 수면위로 밀어내고 있었다. 하천에서 밀려나온 물 알갱이들은 자기의 고향보다 수십배나 넓은 면적을 뒤덮는 물안개가 되어 산허리를 감싸 안으며 번져가고 있었다.

◇포동교의 물안개=오전6시30분에 일어난 까닭은 횡성군 상안리의 명품숲길로 쏟아지는 햇살을 렌즈에 담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포동교의 경치에 홀린 기자의 발걸음은 어느새 갑천면 포동1리를 헤매고 있었다.


그저 명맥만 남은 물줄기지만 그래도 더워진 수온은 차가운 대기의 온도에 이끌려 물안개를 토해냈다. 흡사 연기처럼 보이는 물안개는 바닥으로 깔리는 형상이 연기와 다를 뿐이다. 물안개의 현란함은 포동1리 마을 앞에서 극에 달했다. 물줄기 건너편의 산 위로 얼굴을 내민 아침 햇살은 물안개가 깔린 배경의 색깔을 기포 위에 투사했다. 그 빛깔은 녹색으로, 연두색으로 또 노란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도시의 직장생활을 끝내고 귀촌한 김신모(66)씨는 매일 이런 광경을 보면서 기상한다. 그는 "이런 풍광을 보는 호사를 누리고 사는 것이 행복하다"며 기자가 더 나은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사다리까지 빌려줬다. 해도 뜨기 전에 집으로 들이닥친 무례한(?) 기자를 바라보는 그의 얼굴에 물안개를 뚫고 나온 햇살이 튕겨 나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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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숲길=안흥은 40여년 전만 해도 지금보다 훨씬 번창했다. 지난 1975년 영동고속도로가 뚫리면서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고속도로가 개통되기 전 강릉과 서울을 잇는 42번 국도의 중간지점이 안흥이었다. 이때만 해도 안흥에는 여관과 식당·술집들이 넘쳐났다.

하지만 고속도로가 뚫리면서 안흥의 경기는 가라앉기 시작했다. 길이 좋아져 굳이 안흥에서 하룻밤을 보낼 필요가 없어진 까닭이다. 안흥의 명품숲길 앞을 지나는 구도로도 42번 국도의 성쇠와 궤를 같이한다. 숲 사이로 겨우 이어진 이 길을 통해 한때 평창행 버스가 다녔다는 사실은 좀체 믿어지지 않았다.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이야기 같은 이 사실도 따지고 보면 그리 오랜 옛날도 아니다. 원래 이 길은 조선조 중종 때 횡성 출신 강원관찰사였던 고형산이 넓혀 놓은 것이라고 전한다. 고형산은 판서만 다섯 차례를 지낸 재원이었다. 고형산은 어머니가 병으로 눕자 임금에게 낙향을 청했고 그의 재능을 아깝게 여긴 왕은 그를 강원관찰사에 임명해 고향으로 내려보냈다. 고형산은 백성들의 편의를 위해 이 길을 닦아 놓았는데 병자호란 때 청나라 군대가 이 길로 침공해왔다. 청군에 한양이 떨어지자 후일 인조는 '고형산이 넓혀 놓은 길 때문에 나라를 빼앗겼다'며 이미 죽은 고형산의 부관참시를 명했고 포교들은 고형산의 묫자리에 있던 문관석의 목을 쳐 떨어뜨려 놓았다.

그런 사연이 깃든 길 너머로 이제 명품숲길이 생겼다. 횡성군 서동로상안10길을 내비게이션에 입력하고 안내에 따라 운전을 하면 차는 숲의 초입에 당도한다. 왼편의 임도길로 접어들어 10여분쯤 차를 몰면 '명품숲' 안내판이 보이는데 이곳부터 명품숲길은 시작된다.

전망대~임도길~삿갓봉아래길~이정표~ 쉼터및 교육장~소나무숲길~숲입구로 이어지는 숲길의 전장은 8㎞, 3시간 반을 걸으면 떠난 자리로 다시 돌아오는 코스다.

◇횡성한우축제=오는 10월7일부터 닷새 동안 횡성에서는 한우축제가 열린다. 축제기간 횡성한우를 보다 저렴한 값으로 즐길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풍부한 한우 문화도 체험해볼 수 있다.

'한우문화마당'에서는 한우의 역사와 맛에 관한 다양한 콘텐츠들을 접할 수 있고 '흥겨움마당'에서는 코뚜레, 멍에 제작, 한우 로데오 등 다양한 체험활동도 할 수 있다. 이밖에 횡성 명물 안흥찐빵 판매와 공군 곡예비행대 블랙이글의 축하공연도 준비돼 있다.

/글·사진(횡성)=우현석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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