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랩 수수료 인하보다 서비스로 승부수"


최근 일부 증권사들이 랩어카운트 수수료 인하에 나서며 수수료 인하 경쟁이 불거지자 대형증권사들이 잇따라 랩 서비스 질을 높이며 맞대응에 나섰다. 14일 김원규 우리투자증권 WM사업부 대표는 서울 여의도 우리투자증권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기존에 계약했던 32곳의 자문사 가운데 그 동안 운용 스타일을 제대로 지키지 않거나 수익률이 저조한 자문사 5곳과 계약을 해지하기로 했다”며 “랩 서비스 질을 높이는 전략으로 최근 랩 수수료 인하 경쟁에 대해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계약이 해지된 자문사는 모두 운용 자금 규모가 10억원 미만인 곳으로 기존 가입 고객은 증권사의 권유에 동의할 경우 다른 자문사의 랩 상품으로 옮겨갈 수 있다. 우리투자증권은 앞으로 자문사에 대한 감독을 더욱 강화해 약속된 운용스타일을 포기하고 위험부담을 무리하게 끌고 가거나 매니저가 바뀌어 수익률에 급격한 변동이 발생한 자문사를 계약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방침이다. 또 향후 사모펀드 관련 규제가 완화되고 헤지펀드가 도입되는 등 절대수익형 상품라인업이 확대되면 성과수수료제도를 적용해 유연한 수수료 정책을 도입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최근 랩 상품에 자금이 몰리는 것은 기존 펀드들이 별 특징 없이 단순히 추종지수에 따라 운용되면서 고객들에게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주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랩은 고객 맞춤형 상품이란 점에서 운용 전략도 따로 설정돼야 하기 때문에 랩 수수료 인하 움직임에 동참할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우리투자증권이 이번 자문사 계약 해지를 단행한 것은 최근 랩어카운트 시장 규모가 비약적으로 커짐에 따라 일부 증권사를 중심으로 증권업계에 랩 수수료 인하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1월말 현재 자문형 랩 잔고는 7조2,640억원을 기록해 지난 해 7월 2조4,289억원에서 반년 만에 세 배 가까이 규모가 늘어나는 등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미래에셋증권과 현대증권 등은 14일부터 랩 수수료를 기존 3.0%에서 1.9%, 1.5%~3.0%에서 1.0%~1.5% 수준으로 인하하며 공세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투자증권을 비롯해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대부분의 대형증권사들은 수수료를 무리하게 내리기 보다는 랩 상품의 내실을 다지는 쪽으로 차별화 전략을 추진할 방침이다. 삼성증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자문형 랩 서비스를 제대로 제공하기 위해서는 인력, 전산 등에 대한 투자가 끊임 없이 뒤따라야 하는데 수수료를 대폭 내리면 서비스의 질도 자연적으로 떨어질 수 밖에 없다”며 “앞으로 개인자산관리사(PB) 등 전문인력을 더욱 보강하고 전산시스템에 대한 투자를 강화해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주안점을 둘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투자증권의 한 고위관계자도 “최근 수수료 인하 움직임은 랩 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린다는 점에서 건전한 흐름이라고 보지 않는다”며 “오히려 수수료를 지금 수준으로 유지하고 고객 상담 인력과 전산 기반을 확충하는 쪽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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