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교육청·지자체 "권한 밖" 발뺌… 학원차량 안전 사각지대

엔진과열로 차량 전소에도 사후 관리·감독 나몰라라

경찰 단속도 검문수준 그쳐

하루 수십만 학생 위험 내몰려

소방 관계자들이 지난달 24일 서울 송파구 잠실나루역 근처 4차선 도로에서 어린이 4명을 태우고 달리던 학원 차량이 전소되는 사고가 발생하자 급하게 불을 끄고 있다. /독자 사진제공

하루 수십만명의 학생들이 타고 다니는 사설학원 차량이 안전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1일 서울 자치구 등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서울 송파구 잠실나루역 근처 도로 한가운데서 한 사설학원 차량이 전소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15인승 사고차량에는 발레교습을 받으러 가던 학생 4명과 학부모 1명이 탑승해 있었다. 동승했던 학부모가 차량에서 첫 폭발음이 나자 아이들을 신속히 대피시켜 인명사고로는 번지지 않았지만 학생들이 모두 탈출한 직후 세 차례 '펑 펑 펑' 하는 폭발음과 함께 삽시간에 불길이 차량 전체로 옮겨붙으면서 전소됐다. 학부모가 학생들을 일찍 대피시켰기에 망정이지 학생들만 타고 있었더라면 자칫 참사로 이어질 뻔한 상황이었다. 경찰 조사 결과 당시 사고차량은 차량 노후화에 따른 엔진 과열로 불이 난 것으로 파악됐다.

문제는 학원 차량의 경우 관리·감독 주체가 모호하다는 것이다. 학원 차량은 일반적인 차량과 같이 '도로 위 자동차'로 분류돼 단속권한이 경찰에 있다. 이에 따라 차량을 운행해온 학원의 인가와 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강동교육지원청은 일주일 넘게 사실 파악조차 못하는 허점을 드러냈다. 해당 학부모들이 문제 제기를 한 후에나 사태 파악에 나설 정도로 교육청은 학원 차량안전에는 거의 무관심한 상황이다. 시 교육청 학원정책팀 관계자는 "학원 차량은 구청이나 경찰서에서 관할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는 말만 반복했다.


자치구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송파구 관계자는 "어린이집 차량은 관리하고 있지만 학원 인가 등이 교육청 소관이기 때문에 구청에서 따로 관리·감독하지 않는다"고 했다. 권한 밖의 일이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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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학원 차량 관리·감독 책임이 모호하다 보니 차량 전소사고를 낸 해당 학원은 안전교육 등 아무런 제재도 없이 학원 차량을 운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서 단속권한을 가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마저도 어린이 통학차량만 단속·관리하는 부서는 따로 없는 상황이다. 단속 역시 운행 중인 일반 차량을 검문할 때 눈에 띄는 경우 어린이 통학차량도 단속하는 수준이라 차량 노후화 문제까지 파악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경찰 측은 말하고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지난 2012년 기준으로 사설학원 차량등록 신고율은 2.4%에 불과하다. 전국적으로 학원 차량 대수가 수만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지만 차량신고를 맡고 있는 경찰 측에서는 관할 경찰서별로 차량등록을 신고 받고 있어 전체 차량 대수를 파악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교통안전과 관계자는 "차량이 각각 서별로 신고가 들어오는데 아직 시스템으로 연동돼 있지 않아 전체 대수를 파악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어린이안전에 대한 요구가 커지자 어린이 통학차량 신고, 안전띠 착용, 동승자 탑승 등을 의무화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당장 내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지금처럼 음주단속하듯이 해서는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영세한 학원들은 노후 차량으로 학생들을 이동시키기 때문에 사고 위험이 더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 같은 상황이 알려지자 송파구 신천동의 파크리오단지 학부모 1,800여명은 집단행동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학부모들은 이번주 중 관내 70여개 사설학원에 노후 차량 교체 등을 요청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학생들이 타고 다니는 학원 차량에 대한 안전기준이 더 엄격하게 적용돼야 하는데 현행법으로는 도저히 미덥지 않자 학부모들이 직접 학원을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학부모인 임유화씨는 "어린 학생들이 매일 타고 다니는 학원 차량을 교육청이나 구청 어느 곳에서도 관리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며 "아이들 안전을 위해 엄마들이 직접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임씨는 "권한이 있는 경찰이 학원 차량을 단속한다지만 인력 문제로 거의 못하고 있는 상황이고 단속을 한다고 해도 차량 노후화에 따른 안전사고 등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사설학원 차량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이 경찰서에만 단속을 맡기는 데 그치지 말고 직접 관리·감독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강하게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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