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의미없게 된 고용조정 입법(사설)

정부는 금융자유화에 대비, 낙후한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위해 「금융기관의 합병및 전환에 관한 법률 개정안」과 「은행법 개정안」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할 방침임을 거듭 밝히고 있다. 이같은 정부방침은 그동안 노동법개정을 둘러싸고 노개위의 논의가 진행되는 동안 정부가 일관되게 주장해 왔던 것이긴 하다.그동안의 논의는 주로 금융기관의 합병및 전환에 관한 법률에 담길 고용조정제에 관해 집중되어왔다. 부실기업을 통폐합할때 잉여인력의 정리는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이 문제에관해 여론은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기구나 인원의 정리없이 수평적 통폐합을 할 경우 서울신탁은행(현 서울은행)의 경우처럼 부실의 대형화만 초래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은행의 인력구조를 효율화하는 것은 절대로 필요하다. 정부의 주장대로 예금주를 거덜내고 전 은행원의 실직을 초래할 은행파산을 막기위해서도 고용조정은 필요하다. 당초 정부의 고용조정 입법 추진에 대해 일반인들은 노개위의 노동법개정논의가 무산될 경우를 상정한 것으로 여겼다. 노개위의 주요쟁점 가운데 하나가 고용조정제와 취지가 같은 「정리해고제」였기 때문에 이 문제가 무산될 경우 은행만이라도 특별법을 만들어 정리해고제를 도입한다는 취지로 이해했던 것이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특별법제정 움직임 자체에 대해 노개위에대한 압박전략이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왔던 것이다. 그러나 상황은 일변해 노동법개정안이 정부입법으로 이번 국회회기중에 처리될 것이 확실해졌다. 정리해고제는 법안 내용에 당연히 포함될 예정이다. 정리해고제가 시행된다면 고용조정제는 사실상 필요없는 제도이다. 제조업의 정리해고와 금융업의 고용조정은 업종의 성격상 다소 차이가 있을 수는 있으나 정리해고제를 원용하든지 업종의 특수성을 살리는 조항을 넣으면 충분하다. 더욱이 업종별로 특별법을 만들어 근로기준법 조항을 무효화하는 조치가 확산되면 근로기준법 자체가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 그럼에도 정부가 굳이 고용조정제를 입법화하겠다는 것은 의도가 딴데 있는게 아니냐는 의혹을 살 뿐이다. 그렇지않아도 은행의 「주인찾아주기」라는 캐치프레이즈에도 불구하고 은행법개정안에는 정부의 금융산업에의 개입여지를 넓히려는 의도가 숨어있지 않냐는 시각이 있는게 사실이다. 이 개정안의 핵심은 상임이사의 수보다 많은 수의 비상임이사제를 도입, 은행의 책임경영제를 확립하겠다는 것이나 대주주및 소액주주대표와 금융전문가등으로 구성돼 은행장선출등 막중한 경영결정을 하게되는 비상임이사의 선임과정에 정부의 입김행사 소지가 다분하다는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비상임이사제는 자칫 옥상옥으로 그쳐 은행의 경쟁력향상에 오히려 역행할 소지가 다분하다고 보는 것이다. 아무튼 정리해고제가 도입되는 마당에 정부는 고용조정제도의 입법을 굳이 강행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