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일부 유럽은행 ECB 대출 조기 상환

내년 유동성 위기 재발 우려


독일ㆍ프랑스 등 일부 유럽 국가 은행들이 자금상황 개선으로 유럽중앙은행(ECB)으로부터 빌린 돈을 조기에 상환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5일 보도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아직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경제상황이 불안정하기 때문에 이를 두고 성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마르틴 블레싱 독일 코메르츠방크 최고경영자(CEO)는 내년 1월 ECB에서 빌린 160억유로 중 100억유로를 갚을 계획이라고 지난달에 밝혔다. BNP파리바ㆍ소시에테제네랄ㆍ크레디아그리콜 등 프랑스 3대 은행도 다음달에 일부 대출금을 갚을 계획으로 알려졌다.

최근 모건스탠리가 유럽 은행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이들은 내년 초 800억유로에 달하는 대출금을 갚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조기상환에 나서는 은행 대부분이 상대적으로 자금사정이 괜찮은 북유럽 은행들일 것으로 예상했다.


은행들이 서둘러 돈을 갚으려는 것은 1년 전보다 재정상태가 나아진데다 유럽 경기가 좋지 않아 돈을 쓸 데가 없기 때문이다. 이에 은행들은 ECB에서 빌린 돈을 대부분 자국 중앙은행에 예치하고 있으며 예치금리가 ECB에 내야 하는 대출이자보다 낮아 큰 손해를 보고 있다. 블레싱 CEO는 "ECB에서 빌린 돈을 대부분 독일 중앙은행에 맡겨 연간 7,500만유로의 손실을 보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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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시장에서는 재정상황이 건전한 일부 은행들의 조기상환이 스페인ㆍ이탈리아 등 재정위기국 은행들의 위기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조기상환을 할 수 없는 은행들을 시장이 불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임스 채플 베렌베르크은행 애널리스트도 "한 은행이 대출금을 상환하면 (시장에서는) 다른 은행들은 왜 하지 않는지 의문을 가지게 될 것"이라면서 "아직 내년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지금은 유동성을 확보해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ECB는 지난해 12월과 2월 두 차례에 걸친 무제한장기대출(LTRO)로 자금난에 처한 유럽 은행들에 1조유로가 넘는 자금을 공급했다. 이 중 65%를 재정위기국인 스페인과 이탈리아 은행들이 빌려갔다.

고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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