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부부애로 위암 극복」 잔잔한 감동/현대중 운영지원부 원병설씨

◎아내 이금자씨 10년째 「죽김밥」 정성/「마의 5년」 고비 넘기고 정상적 근무현대중공업내 주유소에서 일하는 이금자씨(46·자재운영부). 이씨를 회사 동료들은 「기름아지매」라 부른다. 3개월 시한부 위암선고를 받은 남편 원병설씨(55·운영지원부)를 살리기 위해 매일 새벽 죽을 끓인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붙여진 별명이다. 이들 부부의 사랑이 처음부터 주위를 감동시킨 것은 아니었다. 동료들은 난치병인 암, 그것도 말기 암환자를 살린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씨는 포기하지 않았다. 하루 3백대의 사내차량 급유를 해야 하는 바쁜 일과에도 틈만 나면 남편을 챙겼다. 수술로 위를 잘라낸 남편의 식욕을 돋우기 위해 점심때는 사내 목욕탕에 들러 남편과 함께 죽을 먹었다. 이씨의 극진한 정성에도 불구하고 수술한 지 3년째 되던 해 원씨는 남은 위마저 잘라내야 했다. 이런 절박한 상황을 지켜보는 동료들의 안타까움은 그지 없었다. 한푼두푼 모금을 해 치료비를 전해주기도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같았다. 이씨는 이 때부터 더욱 치열한 「싸움」에 자신을 내몰았다. 죽 대신 밥을 눅하게 만든 죽김밥을 말기 시작했다. 하늘이 이씨의 고운 마음씨를 안 것일까. 이씨의 죽김밥 덕분인 지 놀랍게도 3년이 지나면서부터 남편의 병세는 서서히 회복됐다. 마침내 남편은 암환자의 최대 고비라던 수술 후 5년을 거뜬히 넘겼고 10년을 맞는 지금까지 특별한 자각증세 없이 건강하게 살고 있다. 현대중공업 직원들에게 원씨 부부의 사랑얘기는 살아있는 기적으로 회자된다. 오늘도 사내 목욕탕 한 켠에서 죽김밥을 펴는 이들 부부의 사랑을 지켜보는 동료들은 각박한 세상에 진정한 부부애가 무엇인 지를 배우고 있다.<울산=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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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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