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작고 일하기 힘든 곳인줄 알았는데… 매력 넘치네요"

■ [행복한 중기씨] 진로체험 나선 중학1년생<br>"버스 문·아파트 배관·세제원료… 이런걸 다 만들다니 놀라워요"<br>기업 임원에 직업매력 질문 쇄도<br>미래의 꿈 찾기 교육도 이어져

지난 23일 인천에 있는 대주중공업을 찾은 서울 세곡중학교 1학년 학생들이 박주봉(오른쪽 세번째) 대주·케이씨 회장으로부터 버스문 제조 등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중소기업 현장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이호재기자


"자동차에 달린 머플러 알죠? 엄마, 아빠가 타는 차에 설치돼 있는 대부분이 우리 회사에서 만드는 거예요."

"여기서 다요? 근데 왜 여기가 중소기업이에요?"


고개를 갸우뚱하는 중학교 1학년 학생에게 스스로 생각하는 중소기업의 이미지는 어떤 것인지 물었다. 그 학생은 이 곳에 방문하기 전까지 중소기업은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곳, 굴뚝에서 연기가 나는 곳, 작고 일하기 힘든 곳'으로 생각하고 있었다고 답했다.

지난 23일 세곡중학교 1학년 신승원 군은 친구들과 함께 서울 구로구의 3차원 금형설계 솔루션 업체 한국델켐을 방문했다. 다른 학교의 동년배 친구들은 한창 중간고사를 치르는 기간이지만 신 군은 이날 CAD, CAM이라고 불리는 3차원 설계 프로그램으로 뽀로로를 만드는 과정을 지켜보며 프로그래머라는 자신의 꿈에 한발 다가서는 체험을 했다. 신 군은 "금형설계라는 말이 너무 어려워서 한참을 고민했는데 프라모델을 조립하고 한국델켐의 프로그램으로 뽀로로를 만들어보면서 나의 꿈인 프로그래머가 어떤 일을 하는지 잘 알게 돼서 좋았다"며 "친절한 이사님이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들려줬다"고 자랑을 늘어놨다.

신 군과 함께 한국델켐에 방문한 이희강 군은 한 기업을 이끄는 대표이사를 직접 만난 것 자체가 생소한 경험이었다고 한다. 이 군은 "대표이사가 바로 옆자리에 앉아서 마구 긴장이 됐다"며 "한국델켐은 작은 회사인데도 많은 인재를 뽑고 훌륭한 일을 많이 한 사람들에게 상도 준다는 점이 인상깊었다"고 전했다.

같은 시각 인천시 중구에 위치한 대주중공업에서도 '중1 진로탐색 집중학년제'의 일환으로 세곡중학교 1학년 학생들의 진로 체험이 진행됐다. 이번 진로체험은 중소기업 현장을 경험하며 아이들의 꿈과 끼를 중소기업의 가능성과 연계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학생들의 인식이 몇몇 인기 직업이나 대기업에 편중돼 있는 반면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있어서다. 이날 대주중공업을 찾은 나머지 학생들이 생각하는 중소기업에 대한 이미지 역시 별반 다르지 않았다.


회사를 찾은 아이들에게 박주봉 대주ㆍKC그룹 회장은 "꿈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중학생들은 '축구해설위원, 외교관, 파일럿, 방송인, 영화배우' 등 다양한 꿈을 이야기 했다. 아직 자신의 꿈을 정하지 못한 학생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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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중학교 1학년 아이들이 생각하는 미래의 진로에서 중소기업은 관심 밖 대상이었다. 이에 박 회장은 "여러분의 꿈이 모두 다른 것처럼 직업의 종류는 다양하다"며 "학년이 올라갈수록 자신의 꿈에 대해 확신이 들 텐데 꿈이 없던 친구도 우리회사를 다녀가면서 또 다른 꿈이 생겼으면 좋겠다"라고 조언했다.

이어 박 회장은 1층 로비에서 자사 제품을 학생들에게 설명했다. 그는 "여러분이 타는 버스 문, 아파트에 깔려 있는 배관, 세제에 들어가는 원료 등을 우리 회사에서 만든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은 "우와, 이걸 다 만들어요?""대기업도 아닌데 생각보다 많은 일을 하고 있어 놀랍다" 고 감탄했다.

다양한 분야에서 몸 담고 있는 대주ㆍKC그룹의 직원들을 통해 진로를 탐색해볼 수 있는 교육도 이어졌다. 이두인 대주중공업 부사장은 자신이 처음 입사면접을 보던 순간부터 현재 철강부문 총괄부사장이 되기까지 경험을 학생들에게 들려줬다. 그는 "지금도 후회없는 삶을 살고 있지만 어린 시절 이런 직업체험을 했다면 인생이 달라졌을 것"이라며 "꿈만 갖지 말고 목표를 가지라"는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이어 김대웅 KC 세라믹 연구소장, 이보형 코레스 상무, 이재학 대주이엔티 상무 등이 차례로 자신이 일하고 있는 분야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교육이 끝날 때마다 학생들은 '가장 보람을 느꼈던 때는 언제였나요?', '어떤 계기로 이 직업을 택하게 됐나요?', '이 직업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등의 질문을 던지며 눈을 반짝였다.

교육을 마친 이보형 상무는 "아이들의 눈높이를 맞추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학생들이 커서 우리회사 미래의 신입직원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교육했다"며 "자동차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고 이해했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하루 동안의 진로체험을 마친 학생들은 "진로에 대해 알기 쉬워졌고 꿈을 정하게 된 것 같다"며 소감을 전했다.

김관우 학생은 "여러 가지 분야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며 "꿈을 다시 한번 생각하고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해야겠다"고 밝혔다. 또 최현우 학생은 "중소기업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됐다"며 "우리가 생각했던 이미지와 다르다는 것을 친구들에게도 전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학생들을 인솔한 한 교사는 "2, 3학년 학생들이 학교에서 중간고사를 보는 동안 1학년 학생들이 진로탐색을 위해 교실 밖으로 나선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면서도 "아이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아닌 단순 강의식으로만 진행된 게 다소 아쉬웠다"고 말했다.


박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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