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재경원 「은행 책임경영체제 강화안」 발표

◎「은행 주인찾기」대신 주주권 강화/재벌의 사금고 전락 우려에 절충/금융개혁 과제 「산너머 산」 새삼 확인/정부·재벌입김 되레 강화될수도24일 강경식 부총리 겸 재정경제원장관이 발표한 「은행책임경영체제 강화방안」은 주주권강화를 통해 은행에 책임경영체제를 구축하고 은행이 재벌의 사금고로 변질되는 것을 막기 위한 절충책이다. 주주권이 강화된다는 측면에서 비록 완벽하지는 못하지만 현행 제도보다 상대적으로 한결 진전된 내용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자칫하면 금융산업의 부실화를 초래한 관치금융과 재벌의 은행지배를 막자는 당초 제도개편 취지와는 반대로 은행경영에 대한 재벌과 정부의 입김을 강화시킬 소지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은행장추천권 등 핵심 경영사항에 대한 결정권을 가진 비상임이사회의 구성방법이 정부와 재벌에게 유리하게 바뀌기 때문이다. 제도개편의 핵심은 5대재벌과 기관투자가의 은행비상임이사회 참여허용이다. 이들을 배제하고 구성한 현행 비상임이사회의 지분율이 2∼3%에 불과해 전체주주의 이익을 대표하지 못하고 있다. 재벌의 단독지배나 여러 재벌의 담합에 의한 지배는 은행을 사금고화할 수 있으므로 4% 지분제한은 유지하되 재벌들도 지분 만큼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자는 내용이다. 은행의 사금고화 방지와 경쟁력강화를 위한 주인 찾아주기라는 목소리가 팽팽히 맞서는 상황에서 「주주권」을 과도기적인 해답으로 제시한 셈이다. 이같은 제도가 은행 책임경영 체제를 구축하는데 성공하려면 비상임이사회에 참여하는 대주주들이 은행의 이익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현상황에서 이같은 성공을 이뤄내려면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다는 지적이다. 정부의 영향력이 대폭 강화되는 점이 눈에 띈다. 국민연금 등 각종 연기금이 비상임이사회에 참여할 수 있고 정부가 대주주인 외환은행에는 직접 정부인사를 참여시킬 수도 있다. 또 재벌과 투신, 보험 등 기관투자가에 대한 정부의 영향력도 막강하다. 정부에 신세질 일이 많은 재벌그룹들이 은행경영보다는 정부눈치를 살피거나 그룹전체의 이익을 위해 행동할 가능성이 있다. 현행제도 아래서도 서울은행과 한미은행인사에 개입하려 했던 정부가 새 제도에서 유혹을 떨치고 당초 취지대로 은행경영을 이끌지는 의문이다. 강부총리는 이같은 의문제기에 대해 『정부가 은행에 대해 정당한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자기몫을 찾기에 급급한 종금사의 여신회수로 일부 기업이 부도위기에 몰리는 것을 보고 강부총리가 금융기관의 공공적 성격을 새삼 인식했다는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은행이 독자적인 기업논리에 의해 경영하기에는 아직 우리나라의 경제상황이 덜 성숙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은행에 대한 영향력 행사가 정책인지 특혜인지 구분이 모호하고 정치권의 압력으로 정책을 빌미로 특혜를 베푼 적도 한두번이 아니다. 정부가 스스로는 인사개입이나 대출압력을 행사하지 않는다는 의지를 강조한다해도 「정치권의 압력」에 자유스럽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는 우리나라가 실질적인 금융개혁을 성공시키려면 해결해야 할 과제가 너무나 많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시켜주는 셈이다. 선단식 경영과 오너 독단경영 등 재벌의 경영행태 개선, 정부가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하는 풍토 등을 해결하지 못하고서는 경쟁원리에 따른 금융산업 발전은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날 금융지주회사의 설립을 허용하면서도 은행 소유지분 한도는 동일하게 4%를 적용, 지주회사의 은행 설립을 사실상 봉쇄했다. 재벌문제 해결 없이는 은행문제 해결이 불가능하고 은행 소유지배 구조의 해결없이는 은행, 증권, 보험의 겸업화라는 세계적 추세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점을 설명한 셈이다.<최창환 기자> ◎금융지주회사 설립 허용/금융업 구조개편 촉진/산업자본 지배 가능성은 커져 정부가 24일 순수금융지주회사 설립을 허용키로 한 것은 국내 금융산업의 구조개편을 촉진하기 위한 시도로 풀이된다. 금융지주회사란 금융기관의 주식을 보유함으로써 금융기관의 사업활동 지배를 목적으로 설립된 지주회사를 말한다. 금융지주회사는 은행, 증권, 보험 등 금융기관을 수평계열화하는 것으로 국내은행들이 증권사, 리스사 등을 자회사로 갖고 있는 수직계열화와는 다르다. 공정거래법은 다른 회사 지배목적의 주식소유 합계액이 자산총액의 50% 이상인 회사를 지주회사로 정의하고 있다. 또 지배목적의 주식소유를 다른 회사 발행주식의 30% 이상을 소유하고 최대출자자인 경우로 규정하고 있다. 이같은 금융지주회사 제도는 미국, 독일, 영국 등에서 시행하고 있으며 금융빅뱅을 추구하는 일본도 도입키로 했다. 정부는 금융지주회사제도 도입을 위해 연내 금융지주회사법을 제정하고 지주회사 설립을 금지하는 공정거래법과 법인세법, 노동관련법 등도 개정할 계획이다. 개정이 필요한 부분은 세법의 경우 자회사 배당의 모회사 익금산입으로 인한 법인세 이중과세, 지주회사 신설과정에서의 양도차익 과세문제 등이다. 노동법의 경우 자회사 합병 등의 결정을 지주회사 경영진이 결정하게 됨에 따라 자회사 노동조합과 지주회사 경영진간 단체교섭 문제 등을 해소해야 한다. 정부는 금융지주회사제도가 도입될 경우 은행 등 금융기관이 여타 자회사의 경영부실로부터 직접 영향을 받지 않아 금융제도의 안정성이 제고되고 기업합병에 따른 마찰을 회피하면서 합병과 유사한 효과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부정적인 견해도 만만찮다. 금융지주회사가 도입되면 산업자본의 금융업 지배가 용이해지고 경제력 집중에 따른 폐해가 클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않다.<임웅재 기자> ◎은행 비상임이사제 개편/소액주주 참여는 배제/5대재벌 은행정보 독점 심화 비상임이사제도가 시행된지 6개월여만에 전면 개편돼 5대 계열기업군이나 기관투자가의 참여가 전면 허용된다. 지금까지 대주주의 주주권 행사를 인위적으로 제한해온 정부가 뒤늦게나마 「책임경영체제 확립」을 명분으로 「지분율 4%이내」라는 틀안에서 마음껏 권한을 행사할 길을 열어준 결과다. 현행 비상임이사회는 대주주대표 50%, 소액주주대표 30%, 이사회추천 20%로 구성돼 있다. 이번 개편안에 따르면 지분율 순으로 선정된 주주대표가 70%를 장악하고 나머지 30%를 이사회 추천으로 채우게 된다. 지분율 누계 50% 바깥의 주주로서 지분율 순으로 참여해온 소액주주는 앞으로 비상임이사회 참여가 배제된다. 은행권은 이번 제도개선으로 당장 큰 변화가 생기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애초부터 비상임이사회에 5대 계열기업을 배제할 이유가 없었다』며 『은행들의 관심은 비상임이사회 구성보다 경영자가 자율적으로 경영할 수 있는 권한이 얼마나 보장되느냐에 있다』고 강조했다. 어차피 은행 주식소유한도가 4%로 묶이는 데다 계열별 여신한도제까지 도입되면 재벌들이 은행경영을 장악하거나 은행돈을 마냥 끌어다 쓰는 사금고화는 막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거대 재벌들이 은행 경영진에 영향력을 행사할 여지가 생겼다는 점은 결코 간과할 수 없다. 시행초기에는 어렵겠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재벌의 영향력 행사가 노골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5대 재벌이 은행의 경영 정보에 쉽게 접근하게 되면 여타 기업과의 정보 불균형이 심화될 가능성도 높다. 이미 LG, 두산, 코오롱그룹 등이 비상임이사로 참여중인 보람은행의 경우 「주인은 있되 경영은 철저히 경영진에 맡기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정부안은 결국 보람은행 형태의 소유구조를 지향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손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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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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