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할부금융 수수료율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현대자동차와 비씨카드의 협상이 결국 불발되면서 비씨카드로 현대차를 사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현대차 노동조합 휴무와 주말이 끼어 있는 4일까지는 실제 차량 출고가 되지 않아 고객불편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그 사이 양측 간 타협이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복합할부를 둘러싼 쟁점이 많아 앞으로도 적지 않은 논란이 예상된다.
◇카드사별로 다른 체크카드 수수료가 쟁점=현대차는 1일 비씨카드와의 복합할부 협상이 최종 결렬됨에 따라 지난해 12월 말로 비씨카드와의 가맹점 계약이 종료됐다고 밝혔다.
복합할부금융은 자동차를 살 때 신용카드 결제를 끼워 넣은 상품이다. 일반 할부와 달리 신용카드 결제가 있어서 완성차 업체는 쓰지 않아도 될 수수료(1.85~1.9%)를 카드사에 줘야 한다. 현대차는 지난해부터 줄곧 카드사에 복합할부 수수료를 체크카드 수준으로 낮춰달라고 요구했다.
문제는 체크카드 수수료다. KB국민카드는 체크카드 수수료가 1.5%여서 양측이 합의를 이뤘지만 비씨카드는 체크카드 수수료가 1.3%다. 금융 당국이 내세운 복합할부 적정 수수료는 1.5~1.9%다. 영세가맹점 수수료도 1.5%여서 그 이하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 이하로 떨어지면 역마진이 생긴다는 주장이다.
반면 현대차는 복합할부 수수료를 체크카드 수수료에 맞춰야 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 당국은 내심 현대차가 양보하기를 바라고 있지만 체크카드 수수료 수준을 주장해온 현대차로서도 난감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복합할부 상품을 취급하지 않는 방안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실제 비씨카드는 협상 막판에 앞으로 복합할부는 하지 않을 테니 일반 카드계약이라도 해달라고 요구했다. 비씨카드는 현대차가 이 방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현대차는 "공문서를 통한 정식 요구가 아니었다"고 강조, 이 방안으로의 타협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당국이 복합할부를 공식적으로 인정한 상품인 점을 감안하면 이 역시 문제의 소지를 안고 있다.
◇신한·삼성카드 협상도 남아 있어…산 넘어 산=업계에서는 양측이 오는 4일까지 추가 협상을 하지 않겠느냐고 보고 있다. 5일부터 실질적으로 비씨카드를 통한 현대차 구입이 불가능해지면 여론에 대한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지난해 비씨카드로 현대차를 산 건수는 3만2,000건이다. 카드결제 중단으로 수만명이 불편을 겪을 수 있다는 얘기다.
설령 비씨카드 협상이 타결되더라도 이제 시작일 뿐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당장 카드 업계 1위인 신한카드를 비롯해 복합할부 실적이 가장 많은 삼성카드와의 협상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두 회사도 체크카드 수수료가 1.3%여서 험난한 협상이 예고돼 있다.
현대카드 문제도 풀어야 할 숙제다. 현대차가 대주주인 현대카드는 1.5%를 마지노선으로 보고 있는 당국의 눈치를 보며 아직 이렇다 할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특히 현대차를 제외한 다른 자동차사들은 '을'에 가깝다. 신차 티볼리를 출시한 쌍용자동차는 차 판매에 영향을 줄까 카드사들에 복합할부 수수료 인하 얘기를 꺼내지 못하고 있다. 르노삼성도 "수수료 인하를 요구할 생각이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복합할부는 기형적인 상품으로 없어져야 하지만 할부금융 시장의 독과점 문제도 감안해야 한다"며 "한쪽이 양보하는 것 외에는 뾰족한 대안이 없는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