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한라그룹:8/캐나다 벨빌 HCI공장(한국기업의 21세기 비전)

◎북미 차부품시장 새강자로/한국식 가족경영 돌풍… 상륙 5년만에 흑자 달성/한때 불황에 철수위기도… 고품질 에어컨등 「빅3」납품 도약 행진「브로몽이냐 벨빌이냐.」 89년초 정몽원 한라공조사장(현 그룹회장)은 그룹창립 이후 최대규모의 해외투자가 될 북미지역 자동차부품 업체 설립지역을 놓고 마지막 고민에 빠졌다. 현대자동차가 진출해 있는 캐나다 브로몽과 미국 자동차시장을 겨냥한 벨빌시를 놓고 투자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 내부에서는 안정적인 경영을 위해 납품처가 있는 브로몽에 공장을 세워야 한다는 주장이 우세했다. 한라공조의 합작파트너인 미국 GM사도 브로몽을 강력히 권유했다. 그러나 36세의 정사장은 주위의 권유를 뿌리치고 벨빌시를 최종적으로 선택했다. 특수관계에 있는 현대에 의존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미국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의지를 확실히 한 것이다. 그렇게 해서 설립된 회사가 「한라공조캐나다(HCI)」. 북미 자동차시장의 관문인 디트로이트와 가까운 벨빌을 선택한 전략이 적중했다는 것을 확인하는데는 그리 오랜 세월이 걸리지 않았다. 현대자동차는 90년대들어 판매부진으로 고전하다 결국 공장을 폐쇄했다. 만일 한라가 현대에만 의존해 브로몽지역에 공장을 설립했다면 현대와 함께 북미시장에서 철수해야 하는 운명에 놓였을 것이다. 한라그룹의 운명에 미소를 던진 벨빌시는 미국 국경지대에 인접한 온타리오주의 소도시로 인구 4만명에 불과하다. 잘 정돈된 거리 모습에서 철저하게 계획된 산업도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도시를 중심으로 반경 3백마일 이내에 캐나다 전체인구의 63%, 국민소득의 77.5%, 전력사용량의 56.7%가 집중되어 있다. 캐나다 경제의 심장으로 볼 수 있다. 국경지대의 한 작은 도시가 이처럼 캐나다 경제의 중심축이 될 수 있는 것은 미국 최대도시인 뉴욕까지 5시간, 공업중심 도시인 디트로이트까지 6시간 거리에 도달할 수 있는 교통의 요지이기 때문이다. 불어문화권인 퀘백주와 달리 벨빌시가 있는 온타리오주는 영어문화권이라는 점도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또 납품처인 브로몽지역과 미국 포드자동차가 있는 티트로이트의 중간지점에 위치하고 있어 물류흐름상 이상적인 위치에 있다. 특히 대도시인 토론토보다 인건비가 저렴하며 교육시설과 노동력이 풍부한 것이 강점이다. 한라공조캐나다는 설립 당시 본사파견 직원 5명과 현지채용인 30명으로 시작했다. 89년10월 공장가동에 필요한 30여명의 근로자를 채용하기 위해 신문광고를 내자 4백여명이 몰려들었을 정도로 현지인들의 관심은 컸다. 그러나 이들에게는 「우리회사」라는 의식이 전혀 없었다. 근무시간이 끝나면 작업도구를 팽개친 채 그대로 퇴근하는 것이 다반사인 상황에서 시간외근무는 시킬 엄두도 내지 못했다. 고용과 해고가 수시로 일어나는 현지 사정상 당연한 결과이기도 했다. 여기서 한라는 종업원들의 의식개혁부터 시작했다. 「우리회사」라는 인식을 심어주지 못하면 회사를 더 이상 지탱할 수 없다는 판단으로 국내연수교육을 시작으로 근무, 보수제도 등을 한국식으로 바꾸어 나갔다. 설립후 3년 동안은 특유의 개인주의와 잦은 퇴직으로 작업능률이 오르지 않고 현지시장 공략에도 실패하는 등 고전의 연속이었다. 한라의 한국식 가족경영방식이 현지인들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여지면서 차츰 생산성이 오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현대자동차가 가동을 중단하면서 93년 부터 어려운 고비를 맞게 됐다. 89년부터 몰아닥친 북미경제의 불황이 급속히 확산되고 91년에는 자동차 경기의 불황으로 현대는 계획량의 30% 매출에 그치는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었다. 현대만을 의지해서는 북미시장의 확보는 커녕 「동반진출­동반철수」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한라는 자력으로 미국시장 진출을 시도했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처음에는 품질을 의심하던 미국자동차회사들이 품질의 우수성을 인정하면서 현지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93년부터 세계 최대자동차 업체인 GM과 포드에 차량에어컨의 주요부품인 어큐뮬레이터와 히터를 공급하기 시작하면서 흑자로 돌아섰다. 포드의 고급차종에 장착되는 한라공조의 컴프레서를 공급대행하며 엑큐뮬레이터를 생산하면서 가격과 품질경쟁력을 확보, 홀로서기에 성공했다. 한라는 일본에 이어 아시아에서는 두번째로 94년 포드로 부터 최고품질등급인 「Q­1상」을 받는 등 품질의 신뢰도를 굳게 쌓아갔다. 지난해말 현재 GM과 포드가 생산하는 차량의 10% 이상이 한라의 에어컨부품이며, 크라이슬러 등 대형자동차 업체와 계속적인 공급계약을 추진하고 있다. 이제는 미국 자동차 빅3가 모두 한라의 부품을 사용하고 있다. 한라는 최근 포드에 추가 공급권을 얻어 인젝션 몰딩, 파이프와 호스 및 액큐뮬레이터를 제조공급키로 하고 생산라인 및 신규설비와 함께 건물을 증축하는 등 성장의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96년은 이 회사에게 특별한 해로 기록되고 있다. 매출 1천7백만달러, 순이익 76만달러로 진출이후 최대실적을 올렸기 때문만은 아니다. 독일의 폭스바겐으로 부터 아우디용 어큐뮬레이터 50만개를 수주, 미국시장에서 벗어나 세계적인 자동차 부품업체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본사의 수입품 현지국산화 방안으로 어큐뮬레이터를 한국으로도 공급하고 있다. 「제2의 도약기」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한라공조캐나다는 올해 경영방침을 「The Year of Groth and Expansion(성장과 확장의 해)」로 정하고 매출액도 지난해보다 50%이상 늘어난 2천8백만달러로 책정했다. 한라가 89년 진출당시 가장 우려한 것은 현지채용인들의 고임금. 당시 현지 근로자들의 평균급여수준은 국내의 2배였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계속적인 고임금화로 지금은 한국의 60%정도로 낮아졌으며 생산성은 오히려 높다. 한라공조를 맡고 있는 신영주사장은 국내직원들에게 늘 이같은 말을 한다. 『한라공조캐나다의 생산성 만큼 올리면 어떤 불황도 극복할 수 있는 세계적인 기업이 될 수 있다.』 ◎인터뷰/박용환 한라공조 캐나다 법인장/“외국사 유치위한 인센티브제 활발/마케팅강화 유럽·일 시장개척 주력” 한라공조캐나다는 지난 93년이후 4년연속 흑자를 기록, 한라그룹 세계화의 모범사례로 꼽히고 있다. 89년 캐나다 진출부터 터줏대감 노릇을 하고 있는 박용환 법인장(이사대우)은 그런 점에서 누구보다 강한 자신감으로 회사를 경영하고 있었다. ­벨빌지역을 투자지로 선정한 이유는. ▲당초 브로몽과 벨빌시를 놓고 고심을 했으나 정몽원회장의 결단으로 결국 벨빌을 택했다. 벨빌은 주 공급처인 브로몽과 캐나다 최대도시인 토론토의 중간에 위치하고 있다. 미국의 뉴욕 및 디트로이트와 근접, 지리적 여건도 매우 좋다. ­투자환경은. ▲캐나다는 문화에 미치는 영향이 큰 영화, 출판 등의 산업을 제외하고는 외국기업의 직접적인 투자를 신고제도로 운영하고 있다. 투자장려제도는 없지만 민간기업의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인센티브 조치가 외국기업에도 차별없이 적용된다. 특히 전력생산이 풍부해 국내소비를 충당하고 남은 것을 미국에 수출하고 있다. ­주요 생산품은. ▲스틸 어큐뮬레이터(연간 1백20만대), 알루미늄 어뮤뮬레이터(1백만대), 리시버 드라이어(20만대), 파이프와 호스(15만대), 에어컨디셔너(20만대) 등이다. ­판매전략은. ▲GM과 포드에 대한 마케팅활동을 강하하고 유럽, 일본시장의 개척에 주력할 계획이다. 미국에 이어 독일에도 공급하고 있다. 시장확대가 가능하다. ­중장기 계획은. ▲유능한 인재와 첨단기술을 바탕으로 오는 2000년에 세계적인 회사로 성장한다는 목표다.<벨빌(캐나다)=채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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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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