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건설공사 분리발주, 교각살우 아닌가

건설공사 분리발주 문제가 건설업계의 초미의 관심사다. 대통령 공약에 반영된데다 남양유업 사태로 불공정한 갑을 관계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면서 정치권에서는 건설 분야의 경제민주화 과제 1호로 꼽고 있다. 이미 소방공종의 경우 분리발주를 의무화하는 의원입법까지 제출된 상태다.


분리발주는 발주처가 종합건설업체에 일괄시공을 맡기지 않고 공종마다 별도의 전문건설업체와 계약하는 입찰제도다. 이렇게 되면 전문건설업체는 원청업체의 하도급 횡포에서 원천적으로 벗어날 수 있게 된다.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분리발주 대상은 전기와 통신, 문화재 보수 같은 일부 특수 공종에 국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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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청공사를 맡은 전문건설업체가 겪는 을의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닌 것은 사실이다. 원가 이하의 공사대금 지급은 물론이고 아파트 미분양 물량 떠넘기기부터 공사대금 떼어먹기, 리베이트 요구에 이르기까지 원청업체가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하청업체의 목을 죄는 횡포가 공공연하게 이뤄지는 게 건설업계의 엄연한 현실이다.

하지만 하도급 비리와 횡포를 막기 위해 분리발주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더 클 수 있다. 건설공사는 완공된 구조물의 안정성과 하자 없는 품질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인명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25개 전문건설업종에 분리발주한다면 책임소재가 모호해 공사의 품질을 담보하기 어렵다. 해외에서도 대부분 일괄발주하는 연유가 여기에 있다. 공사관리 비용과 공사기간이 늘어나 원가상승을 압박할 우려도 있다. 따지고 보면 종합건설업체의 대부분은 중소ㆍ중견기업이다. 전체 1만여 종합건설업체 가운데 대기업 계열 건설회사는 1%도 채 안 된다. 이런 건설업의 특성상 경제민주화와 상생의 잣대를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다.

건설 분야의 하도급 횡포는 기본적으로 공정경쟁과 시장질서 확립 차원에서 다룰 사안이지 업역을 조정할 문제는 아니다. 그렇게 되면 건설산업의 골격을 뒤흔드는 격이다. 교각살우의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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