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최 지검장은 인천지검 기자실을 찾아 "유 전 회장을 살아 있는 상태에서 체포해 응분의 심판을 받게 해야 하는 사명을 완수하지 못해 국민들께 송구하고 이에 책임을 지기로 했다"고 밝혔다. 최 지검장은 전날 김진태 검찰총장에게 전화를 걸어 사의를 표명하고 이날 오전 대검찰청에 사표를 냈다.
최 지검장은 대검 중수부장, 서울중앙지검 3차장 등 요직을 거치며 현대차 비자금 사건과 외환은행 론스타 불법매각 사건 등 굵직굵직한 사건들을 처리해 '최고의 칼잡이'로 불렸으나 유병언 수사에 막혀 끝내 검찰을 떠나게 됐다.
검경 안팎에서는 지난 5월25일 유 전 회장의 은신처인 순천 별장을 급습하고도 별장 내 비밀공간에 숨어 있던 유 전 회장을 찾아내지 못한 사실이 최근 확인되면서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최 지검장이 사퇴를 결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비밀공간의 존재와 유 전 회장이 갖고 다닌 돈가방을 확보한 사실을 경찰에 알리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져 "검찰의 정보 독점이 수사 실패를 낳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검찰 수뇌부 중 한 명인 최 지검장이 전격 사임했으나 책임론의 후폭풍은 여기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정치권에서는 법무부 장관, 경찰청장과 함께 김 검찰총장까지 물러나야 한다고 연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이날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긴급현안 보고에서 "국민들은 지금의 수사당국을 더 이상 신뢰하지 않는다"며 "법무부 장관은 경찰청장과 검찰총장의 해임을 대통령에게 건의하고 사퇴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황 장관은 이에 "책임을 피할 생각이 전혀 없다"면서도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들을 확인하는 것이 급선무이기 때문에 일단은 그것에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날 열린 국회 안전행정위 전체회의 긴급현안 보고에서는 이 경찰청장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비판이 거세게 일어 검경 수뇌부의 사퇴가 줄을 이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