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산업 경쟁력 높이려면 동네 철강소 같은 뿌리기업 키워야

■ 윤상직 산업부 장관 심야 인터뷰<br>2·3차 협력업체까지 동반성장 혜택 확대한<br>'산업혁신 3.0' 5월 발표<br>정부만 쳐다보지 말고 기업도 엔저 해법 모색을


지난주 말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통상장관회의를 마친 후 귀국하자마자 국회 업무보고 등 숨가쁜 일정을 소화한 윤상직(사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무척이나 피곤해 보였다. 박근혜 정부 들어 새로 맡게 된 통상 이슈를 비롯해 산적한 실물경제 현안이 산더미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최근 우리 경제를 강타한 엔저 문제에 관해서는 비교적 또렷한 입장을 내놓았다.

윤 장관은 23일 밤 서울경제신문과의 심야 인터뷰를 통해 정부 대책만으로 엔저를 극복할 수는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엔저에 대해서는 정부대책도 중요하지만 대기업을 포함해 우리 기업이 보다 위기의식을 갖고 적극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 장관은 이어 "일본 기업도 엔고를 오랜 시간 동안 버텨왔다"며 "우리 기업도 자체적으로 (위기의식을 갖고) 대응해야지, 정부의 대책만 기다리고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윤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정부 차원에서 엔저의 흐름을 인위적으로 막는 대책을 쓰지는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초엔고'의 시대는 확실히 저물었고 대외 환율의 흐름을 바꾸기는 힘든 만큼 우리 기업들에도 살아남기 위한 보다 강력한 혁신을 주문한 것이다.


정부는 이에 따라 단기적으로는 엔저의 영향을 최소화하고 중장기적으로는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의 엔저 대책을 수립해 조만간 발표할 계획이다. 윤 장관은 이날 "5월 초 무역투자진흥회의를 통해 종합적인 엔저 대책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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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장관은 이와 더불어 우리 산업 경쟁력 전체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산업혁신 3.0' 전략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윤 장관이 취임과 동시에 직접 고안해 청와대 업무보고에 포함시킨 내용으로 다음달 구체 내용이 발표될 예정이다.

윤 장관은 "우리 중소 기술기업 가운데서는 아직도 철강소 수준의 열악한 환경의 기업이 상당하다"며 "동반성장의 혜택을 1차 협력업체뿐 아니라 2ㆍ3차 협력업체까지 확대해 뿌리산업의 경쟁력을 높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혁신 3.0은 공장 새마을운동(산업혁신 1.0)-동반성장(산업혁신 2.0)에서 이어지는 새로운 산업정책 패러다임이다. 지난 정부까지 추진된 동반성장이 대기업과 1차 협력업체의 상생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앞으로는 상생의 손길을 2ㆍ3차 협력업체까지 확대하자는 것이다. 산업부에 따르면 우리 대기업의 2ㆍ3차 기술 협력업체는 2만5,000여개가 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와 관련해 윤 장관은 취임 후 첫 현장 방문지로 택했던 대모엔지니어링을 산업혁신 3.0의 우수 사례로 꼽았다. 대기업 1차 협력업체라고 할 수 있는 대모엔지니어링은 2~3차 협력사와 3정(정품ㆍ정량ㆍ정위치) 운동 등을 전개해 2~3차 협력사의 매출을 27% 끌어올리고 생산비는 37.5%를 낮췄다. 산업부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이 출연한 동반성장기금과 1차 협력업체의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 2ㆍ3차 뿌리 협력업체의 경쟁력을 회복시키자는 것이 산업혁신 3.0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윤 장관은 "중소 협력업체의 경쟁력을 키워야 결국 전체 산업경쟁력이 강화된다"며 "예컨대 지방의 영세한 뿌리기업을 수출 경쟁력이 있는 철강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밝혔다. 산업부는 조만간 대한상의에 '산업혁신 3.0 중앙추진본부'를 설치하고 업종별 지역별로 추진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윤 장관은 최근 다시 문제가 되고 있는 전력 위기와 관련해서는 "기본적으로 아껴 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올 여름 산업부의 전력 수급 대책은 이에 따라 전력 수요관리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전망된다. 윤 장관은 전기요금 개편 문제와 관련해서는 "전력 수요가 많은 여름철에 한정해서 볼 문제는 아니며 올 한 해 긴 호흡으로 계속 봐야 한다"고 말을 아꼈다.


윤홍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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