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단일조합이 경쟁력"… 낙농·키위분야 세계1위

'농업강국' 뉴질랜드를 가다<br>폰테라, 1만여 낙농가들이 주주, 우유 생산량 관리·조절<br>제스프리, 키위조합 마케팅사 설립 정부도 법으로 독점보장

뉴질랜드 낙농업 수출조합인 '폰테라' 소속의 한 농장에서 젖소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다. 뉴질랜드 제3의 도시인 해밀턴 근교에 위치한 이 농장에 소속된 일꾼들은 농장주와 마찬가지로 폰테라로부터 우유 생산량에 따라 판매 수익을 받는다. /김능현기자

뉴질랜드가 농업 강국으로 성장하는 데는 전체 국토의 52%가 농지라는 천혜의 자연조건 외에도 거대한 단일 협동조합의 결성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실제 낙농ㆍ키위 등 단일조합이 결성된 분야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반면 양ㆍ사과 등의 산업은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뒤처져 있다. 뉴질랜드 원예과학협의회 회장인 애롤 휴잇 매시대학 명예교수는 "협동조합 체계가 갖춰진 분야는 성공적이지만 다른 분야는 국제 경쟁력을 상실했다"고 말했다. 뉴질랜드가 세계 1위의 자리를 차지한 낙농업의 배경에는 단일 수출조합인 '폰테라'가 자리잡고 있다. 지난해 뉴질랜드에서 지난해 생산된 우유의 85%인 147억리터가 폰테라를 통해 가공돼 전세계 140여개 나라에 수출됐다. 뉴질랜드 1만1,500여개 농가 가운데 90%인 1만500여개가 폰테라 소속이다. 폰테라의 역사는 곧 '합병'의 역사다. 지난 1960년대 180여개의 낙농조합이 1970년대 농업개혁 과정에서 12개로 합병됐고 2001년에는 두 개의 대형 조합이 손을 잡고 폰테라를 출범시켰다. 폰테라의 주주는 1만500여개의 낙농가다. 농민들이 이사회를 구성해 주요 경영사항을 결정하며 주주로서 생산량에 따라 배당을 받는다. 또 농민들은 폰테라의 지휘 아래 일정 수준의 우유를 생산하도록 관리를 받는다. 키위 브랜드로 유명한 '제스프리'도 독점적인 유통ㆍ마케팅망을 구축해 경쟁력을 키운 사례다. 제스프리는 뉴질랜드 키위 생산자 조합이 설립한 마케팅 회사다. 수출업자들의 횡포에서 벗어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몇몇 거대 수출업체에 키위를 팔기 위해 생산자들끼리 경쟁을 하다 보니 수출에서 거둬들이는 이익의 대부분이 수출업체들에 돌아갔고 이를 보다 못한 농가들이 수출창구를 단일화하기 위해 세운 회사가 제스프리다. 정부도 특별법을 제정해 제스프리 탄생의 법적 근거를 마련해줬다. 현재 키위를 생산하는 거의 모든 농가는 제스프리를 통해 자신이 생산한 키위를 해외에 수출한다. 제스프리는 이런 독점력을 바탕으로 한해 151억뉴질랜드달러(NZD)의 매출을 올리는 세계 1위의 키위 회사로 성장했다. 제스프리가 거둔 판매이익은 배당의 형태로 농가에게 배분된다. 뉴질랜드에 비해 조합활동이 덜 활발한 호주에서도 원예ㆍ채소 등 단일조합이 결성된 분야는 세계시장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김태훈 뉴질랜드 농업연구소 대표는 "폰테라와 제스프리의 성공 사례는 농업이 해외 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해서는 독점력을 갖춘 판매회사가 필수적이라는 점을 보여준다"며 "이들은 마케팅ㆍ판매ㆍ유통은 물론 신품종 등 연구개발(R&D)에도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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