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업계는 지금까지 1만·3만·5만·7만·10만원권 등 다섯 종류의 상품권만 발행해 왔다. 그러던 것이 상품권법 폐지로 고액권 발행이 손쉽게 된 것이다. 권종제한이나 상품권 발행을 위한 공탁제도가 없어진 탓이다.시중 백화점들이 고액 상품권 발행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은 환율안정에 따른 소비심리의 회복을 들 수 있다. 시중의 한 백화점의 경우 지난해 12월 한달간 상품권 매출액은 240억원으로 같은해 6~11월의 월평균 매출액 140억원을 크게 웃돌았다. 다른 백화점들도 작년 12월의 매출액이 거의 두배에 이른 것으로 조사됐다. 설 연휴를 계기로 소비심리에 불을 지펴보겠다는 백화점의 전략도 이해 못할바는 아니다.
백화점업계는 상품권의 수요가 다양해진데 따른 고객차원의 서비스 측면에서, 또 발행비용도 줄일 수 있는 일석이조(一石二鳥)의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고액 상품권 발행에 따르는 부작용이 없는 것도 아니다. 상품권의 사용처는 대개 선물용인데, 30만·50만·100만원권의 상품권은 선물용이라고 보기에는 액수가 너무 많다. 특히 100만원권은 선물용이 아닌, 분명한 뇌물용이다. 시중 한 백화점에 진열된 상품의 종류가 200만종에 달하지만 한종에 100만원대가 넘는 상품은 보석·의류·가구·스포츠용품 등 15~20%에 불과하다.
지금 시중 백화점에서는 올 들어 첫 바겐세일이 한창이다. 이 가운데 국내진출 11년만에 첫 바겐세일을 하고 있는 영국의 한 명품브랜드는 매장마다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한다. 한벌에 100만원대가 넘는 것들이다. 경기가 풀린 것인지, 소비심리가 되살아 난 것인지 긍정적인 현상만은 아닌 것같다.
선물은 마음에서 우러나야 한다. 상대방에게 부담을 지워서는 안된다. 상품권이 발달돼 있는 일본은 선물시즌에 보통 5,000엔(한화 5만원), 많아야 1만엔(10만원)을 넘지 않는다.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고액 상품권은 아직 시기상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