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데이콤포기 삼성 선택은] '하나로' 인수 방향선회 점쳐

삼성의 데이콤 경영권 확보 포기는 2보 전진을 위한 전략적인 후퇴인가. 외부 압력에 의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인가.데이콤 경영권 향배가 LG로 급격히 기울어지면서 삼성의 데이콤 포기 배경과 앞으로 어떤 걸음을 옮길 것인 가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삼성의 이번 결정은 특히 그동안 데이콤을 비롯한 하나로통신, 신세기통신 등 통신서비스사업 인수를 통해 「종합 통신서비스업체」로 부상한다는 야망을 일순간에 버린 것이어서 궁금증을 더해주고 있다. 이와 관련, 업계에서는 「삼성이 정부로부터 무형의 압력을 받았을 것이다」,「뭔가 다른 선물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무성히 나돌고 있다. ◇외압 있었나= 삼성은 일단 이 부분에 대해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삼성은 『동양이 LG에 지분을 넘기기로 한 것은 삼성보다 LG가 좀더 좋은 조건을 제시했기 때문이 아니냐』며 『기업을 하는 입장에서 이를 탓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삼성의 주장에는 많은 의문이 남는다. 데이콤 등 통신서비스업체를 인수해 통신왕국을 꿈꿔왔던 삼성이 느닷없이 이를 포기하고 LG의 데이콤 경영권 인수를 인정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기 때문이다. 정부가 중립을 지키면 데이콤 경영권을 놓고 LG와 정면승부를 하겠다는 의지를 일순간에 버린 것은 외부의 압력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데이콤 경영에는 아무런 미련이 없다. 하나로통신이나 신세기통신 등 통신서비스사업 전체에 대한 미련도 버릴 수 있다』는 삼성의 주장도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 하고 있다. 정부의 입김이 작용하지 않고는 이런 주장이 나올 수 없다는 얘기다. 업계도 삼성의 이번 선택이 정부의 무언의 압력이 없이는 나올 수 없는 결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몇일전까지만 해도 데이콤 경영권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온 삼성이 LG의 경영권 인수를 인정하고 있는 것은 정부의 압력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분석했다. ◇무엇을 노리나 = 삼성의 선택은 정부로부터 데이콤 대신 다른 부문에 대해 삼성에 유리한 조건을 주는 것을 선물로 받았을 것이라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수천억원의 자금을 쏟아부으면서까지 데이콤 인수전에 불을 붙였던 삼성이 데이콤의 경영권이 LG쪽으로 넘어가는 것을 묵인하고 있고 이번 전쟁에서 패한 패자로서의 표정을 전혀 나타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2보전진을 위한 1보후퇴」라는 기색이 완연하다. 재계는 우선 삼성이 정부로부터 데이콤 경영권을 LG쪽으로로 넘겨주는 대신 하나로통신 등 다른 통신서비스업체 인수를 묵인 받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데이콤 지분 인수전에 참여한 것은 데이콤이 아니라 하나로통신을 손에넣기 위한 포석』이라며 『삼성은 이번 인수전 실패로 하나로통신 인수전에서는 정서상 LG보다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삼성은 데이콤 인수전 참여를 통해 정보통신서비스사업 진출을 위한 당위성과 삼성이 많은 양보를 했다는 점을 홍보하는데 큰 성과를 거뒀다는 얘기다. 하지만 삼성의 입장은 다르다. 삼성 관계자는 『하나로통신에 대한 미련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데이콤 인수에 실패함으로써 하나로통신의 인수도 상당히 어려워진 것이 아니냐』며 『하나로통신은 물론 그동안 생각해왔던 신세기통신의 경영권 확보에 대한 미련도 아예 버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통신사업이외에 한중, 포철, 가스공사 등 공기업민영화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프리미엄도 삼성이 얻을 수 있는 선물 가운데 하나. 삼성은 그동안 한중 인수를 강력히 희망해 왔고 가스공사, 포철 등의 민영화 부분에서는 자천타천으로 거론되며 할 수만 있다면 하겠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데이콤 경영권 확보를 포기하는 대신 통신서비스사업 이외에 공기업 민영화과정에서 상당한 프리미엄을 확보했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구조조정을 통해 축적된 자금력에 정부의 지원이 합쳐지면 공기업 민영화과정에서의 삼성의 입지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것』이라고 말했다./고진갑 기자 G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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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진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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