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16년만에 '아버지' 역할로 연극무대 돌아온 김명곤

"이 시대 모든 아버지 삶의 고뇌 빠지지만 철부지 모습도 있어요"


'심청전' '세일즈맨의 죽음' 각색한 '아빠 철들이기' '아버지' 4·5월 선봬

상반된 캐릭터 색다른 연기 도전


"현대적으로 비튼 고전 통해서 아버지란 존재 되돌아보며

가족의 의미 재조명해 볼 것"



말쑥한 정장에 눌러 쓴 갓이 여간 어색한 게 아니다. 엉뚱한 차림의 주인공은 익숙하다는 듯 때론 근엄한, 때론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어대며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한다. 오는 4월과 5월 전통극 '아빠 철들이기'와 현대극(연극) '아버지'에 잇따라 출연하며 각각 철부지 아빠와 외로운 아버지로 변신하는 배우 김명곤(사진). 16년 만에 연극배우로 무대에 서는 그를 대학로의 한 연습실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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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에 돌아온 느낌입니다. 다시 청년이 된 기분이랄까요." 주연배우로 2개 작품을 동시에 준비하느라 눈코 뜰 새 없지만, 입가의 미소는 떠나지 않는단다. 1999년 연극 '유랑의 노래' 이후 16년 만의 연극 배우 복귀. 그는 "오랜 시간 무대를 지켜보기만 하다가 그 위에 서서 연기하는 요즘 더할 나이 없이 행복하다"고 웃어 보였다. 김명곤은 국립극장장(2000~2005년)과 42대 문화관광부장관(2006~2007년)을 지내며 8년여간 무대를 떠나 있었다. 이후 영화와 TV드라마에 배우로 복귀해 무게감 있는 연기를 선보였지만, 연극 무대에선 작가·연출가 아닌 '연기하는 김명곤'은 만나볼 수 없었다.

본인도 고대했던 연극 복귀는 '아버지'에 방점을 찍었다. 익숙하고 평범한 아버지란 존재는 그러나 배우 김명곤에게 색다른 도전 과제다. 2개의 작품을 통해 상반된 아버지 캐릭터를 시대를 넘나들며 연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1930년대 미국 대공황시대를 반영한 아서 밀러의 희곡 '세일즈맨의 죽음'을 2000년대에 맞게 각색한 작품으로, 삭막한 사회와 가정에서 소외되는 가장의 모습을 그렸다. 심청전을 비튼 '아빠 철들이기'엔 사고만 치는 철부지 아빠 심학규가 등장한다. "상반된 캐릭터를 연기하는 게 힘들지 않으냐는 질문을 많이 받아요. 그런데 잘 생각해보세요. 세상 모든 아버지가 삶의 무게에 고뇌하면서도 나름의 철부지 같은 모습을 갖고 있을 겁니다. 저 역시도 그런 아버지 중 한 명이다 보니 두 개 캐릭터를 오가는 작업이 크게 어렵지는 않네요."

고전을 현대적으로 비트는 건 김명곤의 주특기다. 그가 연출을 맡아 2012년 초연한 '아버지'는 세일즈맨의 죽음을, 지난해 대본과 연출을 맡았던 뮤지컬 '오필리어'는 셰익스피어의 희곡 햄릿을 재해석한 것이다. 주연 겸 예술감독으로 참여하는 '아버지 철들이기' 역시 재기발랄한 설정이 돋보인다. "심학규는 답 없는 사고뭉치고, 심청이는 이런 아비와 티격태격하는 당돌한 딸이에요. 고전과 다른 부녀의 파란만장 이야기를 통해 가족의 의미를 재조명하려고 합니다." 극 중 노름빚을 피해 학규와 도망친 심청은 서울의 '뺑덕 살롱'에 취직하고, 그곳에서 '연락이 끊긴 남자친구를 찾아 상경한' 춘향을 만난다. 심청을 도와주며 설렘을 느끼는 남자로 홍길동이 등장하는 등 다양한 고전 속 캐릭터가 새로운 모습으로 총출동한다.

고전을 통해 이 시대의 다양한 이야기를 그려온 그는 "전통을 변형한다고 존재 자체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며 "전통이란 우물을 지키는 것만큼 거기서 퍼낸 물로 다양한 맛을 만들어 내는 작업도 필요한 법"이라고 강조했다.

"형식도 분위기도 전혀 다른 두 작품을 통해 아버지란 존재를 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김명곤의 바람이 담긴 '아빠 철들이기'와 '아버지'는 각각 4월 3~19일 국립극장 KB청소년하늘극장, 5월 1일~7월 26일 대학로 동양예술극장 2관에서 만나볼 수 있다.


송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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