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검찰 변화의 선봉 형사부] <상> 힘 실리는 민생 지킴이

"신뢰회복과 직결" 베테랑 검사 대거 전진배치

1명당 하루 6건꼴 … 사건처리 많지만 특수부·공안부에 가려진 기피부서

업무부담 덜고 미제사건 줄이기위해 인력확충·팀 신설 등 조직강화 나서


검찰 내에서 특수부와 공안부에 가려 제대로 조명을 받지 못했던 형사부가 최근 김진태 검찰총장의 취임 이후 달라지고 있다. 기피부서로 취급받았던 형사부에 베테랑 검사들이 대거 투입되고 수사인력도 보강돼 민생 사건 처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검찰의 이같은 변화는 그 동안 추락한 이미지를 바로잡고 국민들의 신뢰를 다시 얻기 위한 노력으로 풀이된다. 이에 서울경제는 검찰 형사부의 역할과 위상 변화, 소속 검사들의 면모 등을 알아보기 위한 기획 시리즈를 2회에 걸쳐 싣는다.

# 지난해 안산지청 형사부는 잠시 영업한 뒤 폐업하고 도주하는 이른바 '폭탄업체' 업주를 적발해 재판에 넘겼다. 이 업주는 130억원 상당의 허위 세금계산사를 발행한 혐의를 받았는데 검찰은 끈질긴 수사 끝에 조세포탈사범 8명을 동시에 기소했다. 당초 무혐의로 끝날 버릴 뻔했던 사건을 면밀히 수사해 폭탄업체 대표는 물론 유통업체 대표와 배후 조종세력 등을 일망타진한 것이다.


검찰 형사부는 이처럼 민생 범죄에 중점을 두고 수사를 진행한다. 때문에 대기업 등 재계 사건을 중점적으로 다루는 특수부나 시국 사건을 담당하는 공안부에 비해 검찰 내부에서도 스포트라이트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 더욱이 어렵고 복잡하지만 해결해도 눈에 띄지 않는 이른바 '깡치 사건'을 처리하는 부서라는 인식도 강하다. 처리할 사건 수가 많다 보니 미제 사건에 대한 비난 역시 대부분 형사부가 감내해야할 몫이라 수사 외적인 스트레스가 많은 부서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검찰 안팎에서 기피부서로 통했던 형사부가 김진태 검찰 총장 취임 이후 주목받는 부서로 떠오르고 있다. 검찰이 민생과 밀접하게 관련된 형사부를 강화해야만 국민 신뢰를 회복하고 실추된 검찰의 이미지를 다시 세울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조직 강화와 분위기 쇄신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실제로 김 총장은 최근 수사인력 지원과 팀 신설 등 형사부를 강화하기 위한 움직임을 본격화했다.

17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전국의 형사부 수는 총 131개이며 형사부에 소속된 검사 수는 모두 802명. 이들이 지난해 처리한 사건만 해도 128만3,480건에 이른다. 검사 1명당 1년에 1,600건씩 처리한 셈이다. 이는 토요일과 일요일을 제외하면 하루 평균 6.2건 꼴이다. 형사부 소속 검사들이 얼마나 격무에 시달리고 있는지 잘 말해주는 대목이다.


특히 전국 최대 조직인 서울중앙지검에는 형사부를 이끄는 1차장검사 아래 총 11개 부가 배치돼 있다. 주로 형사1부는 인권·명예보호 사건을, 형사2부는 국민건강 사건을, 형사3부는 강력·피해자보호 사건을, 형사4부는 경제 사건을 다룬다. 형사5부는 교통·환경·정보통신 사건을, 형사6부는 지식재산권·공정거래 사건을, 형사7부는 기업·금융·교육 사건을, 형사8부는 토지·개발·건설 사건을 중심으로 업무를 담당한다. 이어 조사부는 고소, 고발 사건을, 여성아동범죄조사부는 여성폭력, 청소년 사건 등을 처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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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다양한 사건을 맡다보니 처리해야할 업무가 많을 수밖에 없다. 특히 고소·고발 사건이 중심이 되는 서울중앙지검과 달리 일선청은 고소·고발 사건은 물론 인지사건, 진정, 내사 사건 등 처리해야 할 업무가 더 늘어난다.

검찰 내부에서도 "수사 환경 변화로 업무부담이 가중되고 있음에도 파견, 육아휴직 등으로 형사부 인력은 실질적으로 충분히 확충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는 얘기가 수시로 흘러나왔다.

이러한 내부 목소리를 일찌감치 간파하고 김 총장은 최근 형사부의 업무 부담을 줄이고,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일선 형사부의 인력 확충을 지시했다.

실제로 최근 검찰 인사를 들여다보면 실력과 경륜을 갖춘 고검 검사들이 형사부로 대거 이동했다. 이들은 일선 고검과 지검에서 20년 이상 근무하면서 수사력과 신망을 두루 인정받은 사법연수원 15~22기 고참검사 10명으로 앞으로 난이도 높은 고소·고발 사건을 수사하게 된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서울중앙지검이 전국 최대 검찰청이라고 하지만 미제 사건이 많이 발생하는 곳"이라며 "최근 형사부내 중요경제범죄조사팀 신설은 고검 검사들을 활용해서 미제 사건을 줄여보자는 목적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검찰은 앞으로 서울중앙지검과 서울 4대 지검의 형사부 업무 현황과 인력배치 실태를 분석해 형사부 적정 인력 배치를 추진할 계획이다. 아울러 고검의 직접조사 기능도 확대할 방침이다. 이는 항고사건에 대한 재수사를 지검에 명령하기보다는 고검에서 직접 수사해 사건처리 속도를 높이고 형사부 업무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목적이다. 실제로 최근 서울고검의 직접 수사로 수억원대 사기 혐의로 일선 검찰청의 수사를 받았다가 풀려난 피의자가 고검의 직접 수사 끝에 구속되기도 했다. 서울고검이 '직접경정(更正) 전담검사실'을 운영하기 시작한 이래 피의자를 구속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부장검사 주임검사제도 도입 역시 형사부의 업무 부담을 줄이기 위한 조치 가운데 하나다. 제도 도입으로 앞으로 서울중앙지검에서는 중요·대형 사건의 경우 수사 경험이 풍부한 부장검사가 주임검사로 지정돼 수사의 실무를 이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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