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유통­공급­지주회사 커넥션/PC시장 왜곡 불렀다

◎부도위험 알면서도 어음배서 등 강행/악성 연결고리 끊어야 유통질서 정립한국IPC·아프로만·한국소프트 등 대형PC유통업체의 잇따른 부도로 PC시장이 엄청난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고 있는 가운데 이번 부도 사태의 배경과 원인에 관련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이들 업체가 한달이라는 짧은 기간에 연이어 무너지면서 수천억원으로 추산되는 거액의 부도를 어떻게 낼 수 있었느냐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업계전문가들은 일련의 이번 사태를 곪을 대로 곪은 국내 PC유통시장의 복잡한 구조적 문제점이 그대로 들어난 예견된 사건으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언젠가 일어날 사태가 단지 한보부도사태로 자금시장이 꽁꽁 얼어붙으면서 시기를 앞당겨 촉발됐을 뿐이라는 시각이다. 부도 업체들간의 연결 구조를 비롯해 PC시장의 전반적인 문제점, 불황, 한보사태로 인한 자금시장 경색 등을 이번 사태의 주원인으로 업계전문가들은 상정하고 있다. 특히 이들 요인 가운데 한국IPC와 아프로만을 제각기 중심축으로 하는 부도업체간의 정형화된 연결구조를 핵심적인 요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국IPC­멀티그램, 아프로만­세양정보통신 이라는 유통업체와 제품공급업체간의 커넥션이 거액의 부도사태를 유발한 원인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제품공급업체의 지주회사인 두원전자와 극동도시가스를 연장선에 놓고 보았을 때 「유통업체­제품공급업체­지주회사」 라는 삼자간의 연결고리를 그려낼 수 있다. 따라서 출혈경쟁으로 부실화되고 있던 업체라도 관련업체의 든든한 지주회사를 이용한다면 중소업체의 제품을 납품받거나 장기 어음을 발행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는 분석이다. 멀티그램과 세양정보통신이 지난해부터 부도설이 나돌았던 한국IPC와 아프로만에 각각 수백억원에 달하는 어음을 배서한 것과 수백개로 추정되는 업체들이 제품을 납품해 온 것이 이를 강력하게 뒷받침하고 있다. 아울러 지난해 하반기부터 경기침체의 심화에도 불구하고 부도 업체들이 유통망을 지속적으로 확장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구조를 이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서 지주회사의 역할도 간과할 수 없다고 업계전문가들은 바라보고 있다. 멀티그램의 33% 지분을 갖고 있는 두원전자는 지난해 6월 한국IPC의 부도위험을 눈치채고 멀티그램이사회에서 한국IPC와의 거래중지를 결정했음에도 불구하고 남기병 멀티그램 사장이 회사 인감을 무단 도용, 5백억원의 융통어음을 배서함으로써 멀티그램이 쓰러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극동도시가스는 지난해말 아프로만과 5백억원정도로 추산되는 어음배서를 한 것으로 알려진 세양정보통신의 지분 1백%를 윤종대 세양정보통신 사장과 직원에게 넘기고 법적 관계를 청산, 의혹을 사고 있다. 따라서 이들 업체가 계열사들을 이지경까지 몰아넣은 일말의 책임을 져야한다는 의견도 강력하게 대두되고 있다. 결국 이번 사태로 드러난 PC유통시장의 구조적 문제점은 「유통업체­제품공급업체­지주회사」 라는 특수한 관계로 결론지을 수 있다. 여기에 PC시장의 출혈경쟁 및 경기침체, 한보사태로 인한 자금시장 경색, 지주회사의 관계청산이 업치고 겹치면서 PC시장을 극단적으로 얼어붙게 한 부도사태로 이어질 수 있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내실있는 경영으로 창출되는 이윤과 신용을 바탕으로 한 유통시장이 정착되지 않는다면 제2·제3의 부도 사태는 언제나 가능하다는 풀이다. 이런 구조를 갖고 있는 업체는 특수한 상황이 닥치면 어려움에 봉착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는 결국 소비자를 우선하고 내실있는 경영체제를 유지해 가는 유통업체만이 궁극적인 승리자로 남을 수 있다는 사례를 제시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김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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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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