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발(發) 세계 경제위기의 확산 여부는 멕시코와 홍콩에 의해 좌우될 전망이다. 멕시코는 브라질 경제와 미국 경제를 잇는 징검다리이고 홍콩은 미미한 브라질 영향을 확장시키는 증폭기 역할을 할 수도 있다. 그런 만큼 이들 두 지역의 경제 불안은 예사롭지 않다.<멕시코>
연일 바닥세를 헤메고 있는 멕시코 경제가 미주 지역경제에 또다른 불안요인으로 부상하기 시작했다.
지난 13일 브라질이 레알화를 평가절하하자 멕시코 IPC 주가지수는 장중 한때 4.6%까지 떨어졌다가 106포인트(3.0%) 하락한 3352.85포인트로 마감했다.올해 주식시장 개장 후 하루도 빠짐없이 폭락, 연말 대비 20%나 빠진 것이다.
현지 통화인 페소화는 더욱 심상치 않다. 당초 전문가들의 전망은 페소화가 연말께 달러당 11.08 페소 수준으로 떨어진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벌써부터 페소화는 10.70페소로 하락, 전망치에 근접할 정도로 약세가 심각하다.
위버그 딜런 리드 증권사의 다미안 프레이서 분석가는 『경제성장율 하락, 금리 상승, 통화 하락 등이 멕시코 경제의 새로운 시나리오 내용』이라며 비관했다. 이와 함께 멕시코 재무부 채권의 스프레드(가산금리)는 급등하고 있다.
멕시코 경제의 불안은 정부의 재정긴축 정책에 대한 부작용 우려와 국내총생산(GDP) 성장율 하락 전망 때문이다. 지난 연말 멕시코 정부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1.25%의 재정적자를 목표로 한 새해 예산안을 통과시켰는데 오히려 이 바람에 인플레는 인플레 대로 유발되고 기업들은 세제 개혁에 반발하고 있다.
또 지난 연말 4.5% 로 전망됐던 올 GDP성장율 목표 역시 2.5%로 하향 조정됐는데 이마저도 재수정해야할 정도로 비관적이다.
따라서 이번 브라질의 금융위기는 이같은 멕시코 경제에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쪽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골드만 삭스의 요르게 마라스칼 전략분석가는 『브라질 위가가 완전 해결되지 않으면 중남미 지역에 외국인 투자가 재개되지 않을 수도 있으며 멕시코 경제에도 심각한 영향이 될 것』고 경고했다. 【문주용기자】
<홍콩>
홍콩과 중국의 금융시장 동향이 심상치 않다.
현재 달러당 7.8달러에 고정(페그)돼 있는 홍콩 달러가 여러가지 요인으로 인해 하락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브라질 레알화의 평가절하에다 실업난, 부동산 가격하락 등이 좀처럼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아 홍콩 달러의 가치하락 나아가서 페그제 붕괴까지 우려되고 있다.
특히 홍콩 증시 상장주의 40%를 보유하고 있는 거대 금융지주회사 광둥 엔터프라이즈(GDE)가 12일 29억달러의 부채로 파산 직전에 몰리면서 항셍지수가 13일 4.1%, 14일 0.9% 등 연일 하락세를 연출했다.
국제금융 전문가들은 97, 98년 두번에 걸쳐 홍콩 달러에 대한 투기에 나섰던 헤지 펀드들이 다시 움직일 가능성도 있다고 조심스레 전망하고 있다.
중국 전체도 최근 들어 광둥성내 성(省)정부 투자 금융기관들이 잇따라 도산하거나 도산 위기에 처하면서 금융기관들의 자금사정 악화에 대한 우려가 심화되고 있다.
지난 10일 중국 정부가 처음으로 광둥 국제신탁투자공사(GITIC)의 파산을 공식 선언한 이후 12일 GDE의 파산위기설에다 13일에는 광둥성 정부 투자회사인 남위에 그룹이 지급불능을 선언, 위기가 가속화하고 있다.
남위에 그룹은 현금 보유고가 25만달러인데 비해 총 채무가 3억3,300만달러에 달해 지급 불능상태에 빠져있는 상황이다. 중국 정부는 파산한 금융기관의 부채에 대한 지급 보증을 하지않을 방침이어서 외국 금융기관들은 중국 기업투자에 신중을 기하라고 경고했다.
중국 본토 금융기관들의 잇단 도산 위기 소식이 전해지면서 홍콩 주식시장의 중국 관련 주가는 지난 며칠간 20~30%나 급락했다.
급기야 주룽지(朱鎔基) 중국 총리는 14일 국무원 상무회의를 열어 국내 금융문제에 대한 단속에 나서는 동시에 브라질 금융위기의 확산방지 방안을 모색토록 지시해 귀추가 주목된다. 【최인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