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바뀌는 채권투자 지형도

국고채 30년물 등 장기물·이머징채권 외면 받고<br>만기 짧은 고금리 환매조건부채권·회사채 인기


미국발(發) 출구전략으로 채권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채권 투자 지형도가 크게 바뀌고 있다. 만기가 짧은 고금리의 환매조건부채권(RP)과 회사채가 인기몰이를 이어가는 것과 달리 지난해 입소문을 탔던 국고채 30년물 등 장기물은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여기에 양적완화 축소로 달러 강세가 예상되면서 달러표시 한국채권(KP물)의 매력이 높아지는 반면 브라질 등 이머징 채권은 환 손실 우려로 인기가 반감되고 있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주요 증권사들이 판매하는 특판 RP는 채권시장 불황에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RP란 증권사가 약정기간 경과 후 확정금리를 보태 되사는 조건으로 발행하는 채권이다. 보통 우량회사채나 단기채권 등을 편입해 운용되며 만기가 짧다.


KDB대우증권은 매주 월요일 만기 1년, 연 4%의 수익을 제공하는 '특별한 RP'와 3개월 만기 연 3.3%의 수익을 주는 '특별한채권(통안채)'을 판매하고 있다. 매주 판매금액은 각각 120억원, 100억원 수준으로 판매가 시작되면 하루 안에 모두 완판된다는 게 KDB대우증권 측의 설명이다. 삼성증권의 특별한 RP는(만기 1년, 연 5% 수익) '예탁자산 1억원 이상'이라는 가입 자격 제한에도 불구하고 판매한 지 한 달도 안돼 500억원 모집에 260억원이 소진됐다.

만기가 짧은 고금리 회사채도 개인투자자들에게 인기 만점이다. 이날 2년 만기 8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에 나선 동양시멘트의 경우 개인 청약에서 873억원이 몰려 청약 경쟁률이 1.09대1에 달했다. 앞서 동양도 회사채 청약에서 2.25대1을 기록하며 저력을 과시한 바 있다. 이들 회사채의 금리는 연 8%에 달한다.


반면 지난해 9월 처음 발행돼 슈퍼리치로부터 뜨거운 사랑을 받았던 국고채 30년물 등 장기물은 최근 금리 급등으로 투자자들로부터 냉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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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채권평가사에 따르면 지난해 9월11일 국고채 30년물의 액면 1만원당 평가액은 9,888원이었지만 지난 24일은 8,382원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9월 국고채 30년물을 매입한 투자자의 경우 손실률이 15.2%에 달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들이 최근 손절성 매물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국고채 30년물의 개인투자 비중도 40%에서 4%까지 급락했다.

한 증권사 PB센터 관계자는 "국고채 30년물 투자자들은 대부분 만기까지 채권을 보유하기 보다는 매매차익을 올리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최근 채권금리 급등으로 대규모 평가손실을 봤다"며 "이에 따라 장기물은 팔고 고정금리를 제공하는 단기물에만 투자하는 채권 양극화 시장이 나타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달러가치 상승 조짐으로 KP물과 이머징 채권간의 희비도 엇갈리고 있다. KP물은 한국기업이 자금조달을 위해 해외에서 달러 등으로 발행하는 채권을 말한다. KP물의 장점은 금리가 높다는 점이다. 보통 국내 기업이 해외에서 채권을 발행할 경우 국내에서 발행할 때보다 연 이표 금리가 1%포인트 이상 높다. 여기에 달러가 강세일 경우 환차익도 노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최근 한국투자증권은 '동양KIS KP사모 증권투자신탁'을 사모 고객을 대상으로 판매했다. 이 펀드는 '우리은행 달러표시 후순위 채권'을 최대 60%까지 편입한다. 한국투자증권은 사모에서 인기를 끈 만큼 공모 형태의 KP물 출시를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저금리 기조 속에 높은 금리로 인기를 끌었던 해외 이머징채권은 최근 비상이 걸린 상태다. 미국 양적완화 종료 계획에 따른 이머징 통화 가치 급락으로 평가손실이 불어났기 때문이다. 현재 브라질 헤알화 가치는 4월 대비 9.1%, 터키 리라화의 가치는 6.8% 급락한 상태다.

신환종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브라질 등 이머징 채권은 매매차익보다도 환차익이 수익에 더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며 "당분간 이머징 통화 가치의 반등이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만큼 투자자들의 심리가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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