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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리포트] 생기도는 맨해튼 마천루 시장… 10억달러 넘는 빅딜 잇달아

안정적 임대수익 보장에 조달금리 낮아 투자 매력<br>매도자는 금리 상승 대비 이익 실현 원해 매매 활발<br>금리 가파르게 오를 땐 시장 다시 위축될 수도

GM빌딩 14억달러(지분 40%)

650 매디슨 타워 13억달러

소니 뉴욕본사 11억달러

마천루가 빼곡히 들어선 뉴욕 맨해튼에서 최근 10억달러(1조1,300억원)가 넘는 초대형 빌딩매매가 잇따라 성사돼 눈길을 끌고 있다.

금융위기 이전인 지난 2007년의 경우, 맨해튼의 마천루 거래는 정점에 달했다. 10억달러가 넘는 '빅딜'만 10건에 달했고, 전체 오피스 빌딩 거래규모는 350억달러를 기록했다. 하지만, 2008년 이후 지난해까지 맨해튼에서 거래된 빌딩 가운데, 10억 달러가 넘는 '빅딜'은 지난 2010년 구글이 뉴욕사무소로 사용하기 위해 15~16번 스트리트와 8~9번 에비뉴 사이의 18층짜리 건물을 19억달러를 주고 매입한 것이 전부였다. 이 건물의 연면적은 290만 평방피트로 맨해튼에서 연면적 기준 세 번째 큰 것이다.


금융위기의 여파로 맨해튼의 마천루 시장도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최근 수년간 거래가 회복되긴 했지만, 빅딜은 드물었다.

그러나 올 들어 상황이 크게 바뀌었다. 10억달러가 넘는 '빅딜'만 벌써 세 건이 성사됐다. 중국의 부동산업체인 소호(SOHO)차이나의 장신 총재는 지난달 말 브라질의 금융 재벌 사프라 가문과 공동으로 센트럴파크 남동쪽에 위치한 50층짜리(연면적 200만평방 피트) GM빌딩의 지분 40%를 14억달러에 인수했다. 지분을 판 쪽은 골드만삭스계열의 펀드와 두바이에 본사를 프라이빗 에쿼티펀드였다. GM빌딩의 나머지 지분 60%는 보스턴 프로퍼티스가 그대로 보유하고 있다. GM빌딩은 미국에서 가장 비싼 사무용 빌딩. 소호차이나의 매입가격을 토대로 환산한 전체 가격은 약 35억달러에 달한다.


이 건물과 인근해 있는 27층짜리 650메디슨 타워의 주인은 이달 초 칼라일에서 부동산 가문 체라로 넘어갔다. 연면적 60만평방피트인 이 건물의 거래가격은 13억 달러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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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앞서 연초 사업부진으로 자금난에 시달리던 소니는 메디슨 에비뉴에 자리잡고 있는 소니 뉴욕빌딩을 11억달러에 팔았다.

맨핸트 마천루의 초대형 거래가 이처럼 크게 늘어난 데는 금융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맨해튼 빌딩의 평균 임대료는 여전히 버블붕괴 이전에 비해 20% 정도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맨해튼의 랜드마크 빌딩들은 안정적인 임대수입이 보장됨에 따라 투자처로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GM빌딩만 하더라도 화장품업체인 에스테 로더와 유명 로펌들이 입주해 있다.

GM빌딩의 거래를 주선한 CBRE그룹의 데시 스테코는 월스트리트와의 인터뷰에서 "한동안 맨해튼 빌딩시장은 10억 달러라는 유리천장(glass ceiling)을 두고 있었다"면서 "최근 거래로 인해 시장분위기가 바뀌었다"고 말했다. 중국 등 해외 큰손들의 등장도 '빅딜'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뉴욕의 부동산업체인 RXR 리얼티의 스코 레치러는 "해외투자자들은 맨해튼의 주요 빌딩을 금처럼 매력적인 성격의 상품으로 느끼고 있는 것 같다"며 "세계가 수익률에 굶주려 있다"고 말했다. 여전히 낮은 조달금리 역시 투자의 매력을 더욱 부풀리고 있다.

반대로 매도자들의 입장에서는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의 양적완화 축소 움직임 등으로 인해 금리가 상승할 조짐을 보이는 만큼, 지금이 이익을 실현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판단하고 있다. 650메디슨 타워를 매각한 칼라일은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지난 2008년 봄 6억8,000만달러를 들여 이 건물을 인수했고, 1억 달러를 추가해 리모델링을 했다. 이번 매매성사로 칼라일은 5년여만에 임대수입을 제외하고도 60% 이상의 투자수익을 거둔 셈이다. 소니의 뉴욕빌딩 매각가격은 2002년 매입가격에 비교할 때 네 배가 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시적으로 투자자와 매도자간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맨해튼 빌딩의 빅딜이 잇따라 성사되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이러한 매매 붐은 오래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무엇보다 금리가 급격히 오를 경우, 상업용 건물에 대한 투자매력은 급속도로 낮아질 수밖에 없다. 마이클 노트 그린스트리트 어드바이저 애널리스트는 "금리상승이 현실화된다면 (상업용 건물) 시장은 움츠러들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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