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금융위원회가 안 보인다

구조조정 표류하는데 컨트롤타워 부재<br>금융사는 면피 급급… 기업 돈줄 말라가

외환위기 이후 이헌재 전 금융감독위원장부터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 시절에 이르기까지 금융시장을 쥐락펴락하던 금융위원회의 모습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특히 청와대의 반려로 금융소비자원이 분리로 가닥을 잡은 뒤 동양사태를 겪으면서 현장에서 금융위의 존재감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STX나 동양사태에서 보듯 구조조정이 표류하고 있지만 컨트롤타워는 보이지 않는다. 기업들의 돈줄은 말라가는데 금융위는 은행들을 장악하지 못하고 기업들은 더욱 힘들어하고 있다. 더욱이 금융위의 젊은 관료들은 보신에 급급해 건전성 확보라는 명분 아래 금융회사의 먹거리 만들기에 나서지 않고 있다.


금융위가 중심을 잡지 못하자 금융감독원에 과도하게 업무의 하중이 실리고 이 과정에서 금융사들은 성장방향을 어떻게 설정해야 할지 갈피조차 못 잡고 있다.

27일 금융당국과 금융계에 따르면 동양사태의 확대 재생산에 사실상 금융위의 책임이 가장 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융위가 동양그룹의 문제를 인식한 지 반년이 훨씬 지났음에도 처방을 제시하지 못하고 금감원에만 맡겨놓은 사이 자본시장 쪽에서 구멍이 뚫린 것이다. 기업어음(CP) 시장규모가 140조원대에 이르렀고 동양처럼 특정금전신탁을 금융상품화해 파는 사례가 나타났음에도 적절한 규제를 하지 못했다. 주가지수연계증권(ELS) 시장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것도 막지 못했다. 금융당국 관계자조차 "CP나 ELS가 급격히 불어나는 것을 사전에 통제하지 못한 결과"라고 할 정도다.

기업 구조조정에서도 금융위의 존재감은 작다. STX가 대표적인데 산업은행은 몸 사리기에 급급해 면책보장 등만 요구하며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금융위는 물밑에서 이를 조율하기는커녕 파열음만 키웠다.


반면 규제는 계속 강해지고 있다. 최근 발표한 신협법 개정안은 부실을 막는다는 명분하에 협동조합의 근간을 뒤흔드는 내용이다. 대부업의 저축은행 인수길도 사실상 막아놓았고 카드 등 제2금융권은 일반적인 규제로 고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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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운데 금융회사들은 당국의 눈치만 보며 장기 비전에는 손도 대지 못하고 있다. 신한은 최고경영자(CEO) 연임 문제로 허덕거리고 우리금융은 민영화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태다. KB와 하나도 혁신적 체질개선 방안 없이 정부 정책만 바라보는 형편이다.

김영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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