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황금알 낳는 거위 될까 미운 오리 될까

현대백화점그룹 아웃렛시장 출사표

고급화로 롯데·신세계 아성 도전

주변 상권 포화… 안착 난관 많아

정지선 회장 경영능력 시험대에



정지선(사진)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유통산업의 황금알로 부상한 아웃렛시장에 출사표를 내민다. 롯데와 신세계가 양분하고 있는 분야에 뒤늦게 진출한다는 점에서 아웃렛 사업의 성과가 정 회장의 경영 능력을 가늠하는 시험대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오는 1일 서울 금천구 가산동에 아웃렛 1호점 ‘현대아울렛 가산점’을 개점한다. 이곳은 지난해 3월 한라건설이 개장한 ‘하이힐’을 새롭게 단장해 현대백화점이 위탁 경영하는 아웃렛 매장이다. 지하 1층부터 지상 9층에 연면적만 7만9,000㎡에 달해 롯데백화점 본점보다 규모가 크다.


현대백화점은 현대아울렛 가산점의 장점으로 도심형 아웃렛을 내세운다. 교외에 위치한 기존 아웃렛과 달리 도심에 위치해 접근성이 뛰어난 만큼 주말뿐만 아니라 평일에도 고객을 대거 유치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시장 진입은 늦었지만 현대백화점의 고급스러운 브랜드 이미지와 마케팅 전략을 연계하면 아웃렛시장에서 새로운 돌풍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얘기다. 정 회장 역시 최근까지 현대아울렛 가산점의 개점 상황을 수시로 확인하며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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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현대백화점 1호 아웃렛이 안착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가장 큰 숙제는 기존 아웃렛과의 차별화다. 도심형 아웃렛의 장점을 극대화하려면 대대적인 점포 확충과 설비 개선이 필요하지만 일부 매장이 계약기간을 이유로 재단장을 거부해 사실상 하이힐에서 현대로 간판만 바꿔 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따라 현대백화점이 강조하는 명품 이미지가 아웃렛으로 이어질지도 미지수다.

주변 아웃렛의 공세를 막아야 한다는 점도 변수다. 가산동 주변에는 마리오아울렛과 W몰이 일찌감치 자리를 잡고 있다. 올 연말에는 인근 광명역에 롯데백화점이 글로벌 1위 가구업체 이케아와 손잡고 롯데아울렛 광명점을 선보일 예정이다. 현대만의 차별화된 전략을 펼치기기 쉽지 않다는 얘기다.

현대아울렛 가산점이 안착하더라도 고민은 여전하다. 5월 가산점에 이어 9월 서울 송파구 가든파이브에 아웃렛 2호점을 열기로 했지만 기존 점포주들과의 의견 차이로 사업 진행에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이달 초에는 가든파이브 관리단이 아웃렛 사업 추진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밝히는 등 갈등의 골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사태가 장기화되면 연말로 예정된 김포점과 내년 송도점 개점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 회장은 2007년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에 취임한 후 패션업체 한섬과 가구업체 리바트를 인수했지만 그룹의 핵심사업인 유통망 확보에는 지나치게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정 회장 취임 후 현대백화점은 킨텍스점과 충청점 2곳을 신규로 확보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롯데백화점은 백화점 8곳과 아웃렛 10곳을 개점했고, 신세계백화점도 백화점 3곳과 아웃렛 3곳의 문을 열었다. 현대아울렛의 성적표에 따라 정 회장의 그룹 내 위상이 흔들릴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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