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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자동차 시장은 외제 소형ㆍ경차들엔 여전히 '무덤'인가. 국내 시장에서 시장 점유율이 급팽창하는 수입차 업체들이 야심적으로 내놓은 소형차들이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폭스바겐의 '폴로'를 제외하면 판매 실적이 신통치 못한 실정이다.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은 소형차로 분류되는 차량의 기준을 배기량 1,600㏄ 미만, 크기는 길이 4.7m, 너비 1.7m, 높이 2.0m 이하로 잡고 있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2월 국내에 출시된 피아트 친퀘첸토(500)과 500C는 6월 현재까지 159대가 판매됐다. 친퀘첸토가 전 세계 시장에서 500만대 이상 판매된 피아트의 대표 모델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친퀘첸토가 국내에서 거둔 성적은 부진한 게 사실이다. 지난해 나온 푸조의 '208'과 시트로엥의 1,398~1,598㏄ 'DS3'도 6월 말까지 누적 판매 대수가 각각 370대, 216대에 그치는 등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폭스바겐 '골프', 벤츠 'B클래스', 미니 '쿠퍼 SE' 등의 모델이 일부 선전하는 듯 보이지만 이들 차량은 엄밀히 말해 국내 법규상 소형차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한다.
수입차 시장이 커지고 있는 국내에서 유독 소형차들만 고전하는 이유로 전문가들은 부족한 라인업, 가격, 한국 소비자들의 소비 형태 등을 꼽는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부 모델을 제외하면 국내에 들어온 외국산 소형차들은 디자인이 지나치게 유니크하거나 가솔린 모델 위주로 구성돼 있다"며 "꼼꼼히 따져보면 무난한 주행감과 높은 연비 등에서 소형차의 타깃 고객층인 젊은 소비자들의 요구를 충족시켜 줄만한 모델이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가격도 소비자들이 수입 소형차를 외면하는 요인이다. 이들 모델의 가격은 2,000만원 중ㆍ후반부터 3,000만원 초반에 책정돼 있다. 특히 2,000만원대는 제품을 국내로 들여오는 비용 등을 고려하면 수입차 업체 입장에서는 국내 시장에서 마진을 적게 남기더라도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공격적으로 책정한 가격이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여전히 높은 것이 사실이다. 이 돈으로 국산차를 구입할 경우 소형차가 아닌 현대자동차 '쏘나타', 기아자동차 'K5' 등 중형차를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형차ㆍ경차를 규정하는 까다로운 법규도 수입차 업체들이 이 시장에서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한 이유로 지목된다. 그나마 소형차는 국내에 출시는 되지만 경차의 경우 시장에 거의 나오지조차 못하는 실정이다. 크라이슬러코리아의 한 관계자는 "피아트는 국내 경차의 배기량 기준인 1,000㏄ 미만의 친퀘첸토를 보유하고 있지만 국내에 들여와봐야 경차로 인정 안돼 각종 혜택을 받을 수 없다"며 "한국에서는 경차의 너비를 1.6m 이하로 규정하는데 친퀘첸토의 너비가 이보다 40㎜ 더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소형차임에도 6월 현재까지 704대가 팔리는 등 선전하는 폭스바겐 폴로가 '국내 시장=외국산 소형차들의 무덤' 공식을 깨뜨릴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폴로는 2,000만원대의 가격, 디젤 엔진, 편안한 주행감 등 소비자들의 요구사항을 충족시켜 이례적으로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