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세계 재조명하고… 대중과 소통하고…<br>이응노·김환기 미술관 등 젊은 예술가 발굴하거나 지역민 교육 프로그램 운영<br>전시 넘어 공적기능도 수행
| 이응노미술관 |
|
| 환기미술관 |
|
| 백남준아트센터 |
|
최근 미술계에선 위대한 족적을 남긴 작가를 기념하는 '작가 미술관'이 활발한 활동을 하면서 미술관의 새로운 '역할 모델'로 주목 받고 있다. 작가의 예술 세계를 조명하는 데서 한 발 더 나아가 젊은 예술가를 발굴하거나 교육 체험 프로그램을 선보이며 미술관의 공적 기능을 수행하는 것. 작고한 화가의 출생지나 주요 활동 지역을 중심으로 지어진 미술관부터 현재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의 이름을 딴 미술관들이 잇따라 건립되며 대중과의 소통을 꾀하고 있다.
◇작가 정신, 미술관에서 영원히 살아 숨쉬다=대전에 자리잡고 있는 이응노미술관은 고암 이응노(1904~1989)의 정신을 기려 지난 2002년 평창동에 세웠던 것을 2007년 화백의 고향으로 옮겨온 것이다. 고암은 19세에 서울에 올라와 묵죽의 대가 해강 김규진으로부터 가르침을 받고 1924년 조선미술전람회를 통해 미술계에 등단했다. 1935년에는 일본 남화의 대가 마쓰바야시 게이게쓰의 제자로 들어가 교육받은 후 1958년 프랑스의 미술평론가 자크 라센느의 초청으로 파리로 건너 갔다. 작고하기 전까지 세계 무대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며 시대의 화두를 그려냈다. 이응노미술관은 프랑스 건축가 로랑 보두엥이 설계한 아시아 지역 유일한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건축학적으로도 큰 의미를 갖고 있다. 이응노미술관에서는 오는 10월 27일까지 고암의 예술가로서의 삶의 여정에 주목한 특별전 '이응노, 세상을 넘어 시대를 그리다'전을 여는 한편 지역민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 최고의 현대 건축으로도 손꼽히는 환기미술관은 수화 김환기(1913~1974)의 작품을 보존, 연구하고 전시하는 대표적인 '작가 미술관'이다. 생전에 수화가 애정을 갖고 지냈던 성북동 화실 '수향산방'과 비슷한 환경인 서울 부암동에 터를 잡고 1992년에 건립됐다. 김환기의 다양한 작품(유화, 수채화, 드로잉, 오브제 등) 외에도 그의 저서, 편지, 사진과 같은 유품을 방대하게 소장하고 있다. 올해는 김환기 탄생 100주년을 기려 작가의 시대별 대표작 70여점을 망라한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전을 개최한 데 이어 오는 25일까지 '김환기를 기리다(Hommage a Whanki)'전을 연다. 경기도 용인에 자리한 백남준아트센터는 지난 2001년 백남준(1932~2006)과 경기도가 함께 논의를 시작했다가 작가가 작고한 이후인 2008년 건립됐다. 백남준아트센터는 작가가 바랐던 '백남준이 오래 사는 집'을 구현하기 위해 백남준의 사상과 예술 활동을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올해는 영국에서 열리는 에든버러국제페스티벌에 아시아권 미술에서는 최초로 공식 초청을 받기도 했다. 백남준아트센터는 백남준의 실험적인 예술정신을 살리기 위해 다양한 실험적 전시를 여는 한편 교육 전시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민과 소통하고 있다.
◇현존 작가 업적을 기리는 미술관 건립도 잇따라=현존하는 작가의 업적을 기리기 위한 미술관 건립들도 눈길을 끈다. 이우환(77) 화백은 최근 부산시청에서 '부산시립미술관 부설 이우환 갤러리 건립을 위한 협약'을 체결하고 미술관 건립과 작품 기증 등 본격적인 사업 추진에 들어갔다. 그의 이름을 딴 미술관은 2010년 일본 나오시마에서 문을 연 '이우환 미술관'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 경남 함안에서 태어나 학창시절을 보낸 부산에서 문을 여는 이우환갤러리는 2015년 6월께 개관을 목표로 건립이 추진 중이다. '물방울 화가'로 세계 화단의 대가로 이름을 알린 김창열(85) 화백은 제주가 내후년 개관을 목표로 추진 중인 '김창열 미술관'에 작품 200점을 내놓는다. 이북 출신의 김 화백이 한국전쟁 당시 제주에 머물렀던 인연이 화백을 제주로 이끈 것. 1925년 평안남도 맹산에서 태어난 김 화백은 1952년부터 1953년까지 제주시와 함덕, 애월 등에 거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월에는 제주 서귀포시에 왈종미술관이 문을 열었다. 이왈종(68) 화백이 자신의 이름을 딴 미술관을 제주에 세운 것으로, 20여년간 이 곳에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화백이 수년 간의 계획과 공사 끝에 결실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