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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락하는 도시 재생으로 활로 찾자] "정부 지자체 도움 없이 자립해야죠"

협동조합 결성하고… 마을센터 짓고…<br>성북구 길음동 소리마을<br>'주민참여 재생사업' 보니

지난달 문을 연 서울 성북구 길음1동 길음리마을센터 . 지상 4층 규모로 카페 놀이방 노인여가센터 임대주택 등으로 구성됐다.

"주변 아파트 단지 내 피트니스센터나 노인정은 입주민들만 이용할 수 있어서 우리 동네 사람들이 소외감을 많이 느꼈어요. 마을 주민들이 한데 모일 수 있는 공간이 생겨서 너무 좋습니다."

성북구 길음1동 소리마을에서는 이달 초 색다른 행사가 치러졌다. 이른 아침부터 주민들이 마을 입구에 새로 들어선 주민센터로 삼삼오오 모여 지역 커뮤니티시설인 '길음소리마을센터' 개관을 축하하는 마을잔치를 열었다. 이날 40평 남짓한 지하 다목적홀은 주민들로 꽉 찼다. 당초 150인분의 기념품과 음식을 준비했던 소리마을 협동조합은 참석자가 200명 가까이 불어나자 음식을 추가 주문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동네 중식당 주인이 재료 값만 받고 제공한 짬뽕이 배달되자 박수가 터졌고 장기자랑이 시작되면서 잔치 분위기는 한껏 무르익었다.


지상 4층 규모의 주민센터는 소리마을 주거환경관리사업의 일환으로 서울시가 예산을 지원해 건립됐다. 1층에는 카페와 사무실이 입주했고 2층과 3층은 지역아동센터와 노인여가센터로 운영된다. 4층은 순환용 임대주택으로 활용된다. 이애재 협동조합 부회장은 "이달부터 마을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요가 교실을 운영하고 있는데 정원 30명이 금방 찼다"며 "주민센터가 생기면서 서로 화합하고 단합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소리마을은 서울 시범뉴타운인 길음뉴타운 내에 위치해 있다. 452가구 1,000여명이 거주한다. 사방이 새로 지은 아파트 단지로 둘러싸여 있다. 뉴타운 시범지구인 길음동은 10개 정비구역이 있고 이 중 6개 구역은 이미 재개발이 이뤄져 입주가 끝난 상태다. 소리마을은 2006년 길음동 일대가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될 때 주택 노후도 연한을 충족하지 못해 존치지역으로 남았다. 2011년에는 '휴먼타운'으로 지정돼 정비계획을 마련하던 중 박원순 시장이 취임하면서 '주민참여형 재생사업'으로 주거환경개선이 본격적으로 이뤄졌다. 골목길 및 중심가로의 아스팔트를 걷어내고 보도블록을 깔았고 범죄 예방을 위해 폐쇄회로(CC)TV 6대를 설치했다. 주차난 해소를 위해 담장을 허물고 녹색 주차(green parking) 시스템을 적용했다. 그리고 커뮤니티시설인 소리마을 주민센터가 지어졌다.


주민인 김병복씨는 "마을에 돈 있는 사람들도 많지만 새로 지은 아파트 단지에 둘러싸여 살다 보니 은연중에 자격지심이 있었다"며 "주민센터가 지어지면서 마을 어르신들이 '이제 우리도 갈 곳이 생겼다'며 너무 좋아들 하신다"고 전했다. 뉴타운 구역 내에 있으면서도 재개발에서 배제되면서 주민 간 갈등이 생겨나고 공동체 의식도 미미했던 소리마을은 주거환경개선사업을 통해 마을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주민들은 스스로 사회적 협동조합을 결성하고 주민 공동체성 회복을 위해 발벗고 나서고 있다. 협동조합에는 마을 주민 111명이 참여하고 있다. 십시일반으로 자본금 500만원을 조성했다. 주민센터 운영도 협동조합이 맡고 있다. 서울시의 마을공동체 주민제안사업에 공모해 시설비·인건비 등으로 4,800만원을 지원받았지만 내후년부터는 지자체 도움 없이 자립하는 것이 목표다. 카페 수익금 일부와 임대주택 임대료로 수도·전기세를 충당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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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애재 부회장은 "아직도 많은 주민들이 나라에서 뭐든 공짜로 다 해주는 줄 알고 또 해주기를 바란다"며 "'소리마을 주민복지센터'가 아니라 '소리마을 주민센터'로 이름 지은 것도 정부나 지자체의 도움을 받지 않고 주민들의 노력으로 자립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는 의미"라고 힘줘 말했다.

조합 측은 내년부터 독거노인을 위한 포틀럭 파티(potluck party·참석자들이 각자 음식을 장만해 와서 나눠 먹는 모임)를 정기적으로 열고 매달 영화도 상영하는 등 주민들 간 교류와 소통을 강화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계획 중이다. 성북구청의 한 관계자는 "지자체에서 도와주겠다고 해도 주민들이 스스로 해보겠다면서 지켜봐달라고 한다"며 "뉴타운 재개발 사업에서 배제돼 그동안 소외감을 많이 느꼈을텐데 주민들이 뭉쳐 마을을 바꿔나가는 모습이 아름답다"고 말했다. 소리마을은 주민들이 올해 새로 지은 마을이름이다. 과거에는 산소리·물소리가 들리는 마을이었고 앞으로 사람 중심의 도시재생의 첫 사례로서 좋은 마을 분위기가 메아리처럼 전국적으로 널리 퍼져나가라는 의미다.

성행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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