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 케네디 암살… 9·11테러… 범죄는 어떻게 세상을 바꿨나

■ 크라임 이펙트

이창무 지음, 위즈덤하우스 펴냄


"당신은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당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하지 않을 권리, 변호인의 도움을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미란다원칙)

통상 '미란다 원칙'으로 불리는 이 문구는 벌써 반세기 전의 형사범죄 판결에서 유래했다. 1966년 미국 연방대법원은 찬성 5, 반대 4의 아슬한 차이로 에르네스토 미란다에게 무죄를 판결했다. 멕시코계 청년 미란다의 강간죄를 입증하는 증거들이 확실했지만, 수사과정에서 스스로를 보호할 권리가 침해됐다는 이유다.


증거가 확실한 용의자를 풀어줬으니 온 사회가 시끌시끌했다. 경찰은 물론 언론과 정치권도 반발했다. 도대체 범인은 어떻게 잡느냐는 것. 닉슨 대통령도 '범죄가 평화에 대해 승리한 판결'이라고 비난했다. 당시로는 충격적인 판결이었지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사건을 쉽게 해결하려는 사법기관의 관행에 경종을 울렸다. 피의자 인권 보호와 위법수사 방지에 크게 기여하게 된 이 청년은 익숙한 이름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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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출신으로 미국 뉴욕시립대에서 형사사법학 박사 학위를 받은 저자는 세계사의 중요한 사건, 특히 역사와 인류 문명 변화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범죄' 16가지를 중심으로 세계사를 본다. '인류의 역사는 범죄의 역사'라고 말하는 저자는 여러 사회·경제적 움직임이 쌓여 한 사건이 발생하고, 이를 계기로 사회가 변화한다는 것이다. 예수와 소크라테스의 재판, 인신 공양, 마녀사냥, 산업혁명과 폭동, 금주법, 케네디 암살, 9·11테러 등의 범죄가 역사의 물꼬를 다른 방향으로 돌렸다고 본다.

나아가 범죄-정의를 가르고 집행하는 법과 국가에 대해, 시대와 집권층에 따라 정당화된 많은 범죄에 대해 조금 관점을 달리해보라고 권한다. 인간의 모든 일탈행위를 법에서 모두 규정할 수 없고, 그 성긴 그물코를 메우는 건 인간의 해석. 이성과 사회적 통념에 의존하는 소위 '보편적 타당성'은 어디까지 유효한가.

끝으로 다시 '미란다 원칙'의 미란다 얘기. 그렇게 무죄로 풀려난 미란다는 다시 동거녀의 증언으로 결국 유죄. 7년간 복역하다 가석방됐지만, 이런저런 말썽 끝에 4년 뒤 술집에서 시비로 다투다 사망한다. 그를 살해한 용의자는 미란다 원칙에 따라 묵비권을 행사했고, 무죄로 풀려났다. 아이러니하게도. 1만5,000원.


이재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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