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최고경영자(CEO)에게는 연봉으로 최대 1,000만달러(한화 약 120억원)를 지급키로 하는 한편 국제기준에 따른 스톡옵션(주식매입 선택권)까지 제시, 국내 CEO시장에 엄청난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국내 은행장들의 연봉이 1억~1억2,000만원대에 지나지 않으며 김정태(金正泰) 주택은행장만이 월급1원에 스톡옵션을 부여받고 있는 점을 감안한다면 충격일 수 밖에 없다.선진국의 경우 대기업의 CEO 연봉은 대개 1,000만달러 선이다. 지난 97년 미국의 경제전문지(誌) 포천이 선정한 세계의 500대 기업 CEO의 평균연봉은 1,800만달러 정도였다. 미국 GE의 웰치 회장이나 디즈니의 아이스너 회장같은 이들은 2억달러 이상의 연봉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외국기업이나 합작기업의 내국인 CEO 가운데서도 상당액의 연봉을 받고 있는 사례가 있기는 하나 100만달러가 넘는 경우는 손가락을 꼽을 정도다. 지난해 서울증권의 경영권을 인수한 퀀텀펀드도 재미교포 토머스 강(38)씨를 CEO로 발탁하면서 연봉 40만달러 선에 스톡옵션을 주었을 뿐이다. 연봉 1,000만달러는 우리나라의 임금수준으로 볼 때는 파격적이며 지나치다고 할 수 있다.
수조원대의 공적자금이 투입된 서울은행은 제일은행과 함께 국민의 은행이나 다름없다. 해외매각이 지지부진하다고 해서 1,000만달러나 되는 「천문학적인」 연봉을 주면서까지 외국인에게 경영을 위탁한다는 것은 국민의 정서상 얼른 납득이 가질 않는다.
또 위탁경영을 해서 경영이 정상화 된다는 보장도 없다. 내국인 CEO 가운데서 서울은행을 책임지고 맡을만한 사람이 없다는 것도 서글픈 일이다. 지금까지의 관치금융이 은행의 자율경영을 해쳤다는 점에서 정부가 뿌린 씨앗이기도 하다.
정부의 방침이 심사숙고끝에 나온 것임을 모를리는 없지만 매각에 좀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외국인 CEO에의 위탁경영은 차선책이다. 연봉1,000만달러도 우리의 임금수준에서 너무 높은 수준이다. 국내 다른 은행장들과의 형평성도 고려, 재고해야 한다. 연봉을 낮추면서 스톡옵션으로 조정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원래 지나친 파격은 좋지않다. 중용(中庸)은 언제 어디서나 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