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안방보험의 동양생명 인수 절차가 사실상 완료됐다. 중국 금융사가 국내 보험사를 인수한 첫 사례다. 최근 벨기에와 네덜란드 등에서 은행을 인수하는 등 거침없는 인수합병(M&A) 행보를 보이고 있는 안방보험이 국내에서 추후 어떤 행보를 보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미 금융권에서는 지난해 인수 의향을 밝혔던 우리은행을 눈독 들이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10일 정례회의를 열어 '동양생명 대주주 변경의 건'을 의결했다. 중국 금융당국의 승인 절차만 완료하면 안방보험은 동양생명 지분 63%를 보유한 1대 주주가 된다.
안방보험은 동양생명 최대주주가 되기까지 우여곡절을 겪었다. 안방보험이 지난 2월 동양생명의 최대주주였던 보고펀드로부터 동양생명 지분 57%를 1조1,000억원에 사들이고 3월 금융위에 동양생명 대주주 변경 승인을 신청했을 당시만 해도 인수 완료는 시간문제처럼 보였다.
문제는 안방보험의 대주주 적격성이었다. 안방보험이 비상장사인데다 중국 기업 회계 자료의 신뢰성 문제 등으로 금융위 측은 어느 때보다 조심스럽게 심사를 진행했다. 무엇보다 중국의 경우 외국계 자본이 중국 생명보험사 지분 과반 인수를 금지한다는 점에서 상호주의 원칙을 적용해야 하는지도 관건이었다. 금융당국은 두 달여간의 검토 끝에 투자 상호주의가 국내법상에 명시돼 있지 않은데다 국제조약상 우리 측이 상호주의를 주장할 근거가 없다고 결론을 내리고 인수를 최종 승인했다. 특히 안방보험의 동양생명 인수를 허용하지 않을 경우 자칫 한중 간 외교 문제로 비화할 가능성도 우려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의 시선은 향후 안방보험의 국내 금융 시장 진출 이후의 행보에 쏠리고 있다. 안방보험은 투자를 통한 인수합병 전략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향후 국내 금융사 추가 인수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꾸준히 제기되기 때문이다.
2004년 설립된 안방보험은 총자산 8,000억위안의 대형 종합 보험사로 지난해 우리은행 경영권 입찰에 참여하는 등 한국 시장 문을 끊임없이 두드려온 것 또한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한다. 중국 보험사의 한국 시장 진출이라는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평안보험이나 푸싱그룹과 같은 중국 업체의 국내 진출이 이어질지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아울러 중국 자본의 금융사 경영 방식에도 업계의 이목이 쏠릴 것으로 전망된다. 보험 업계 관계자는 "한국의 은행이나 저축은행 등은 영국이나 일본 업체와 같이 한국보다 금융 선진국이 인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며 "이들보다 금융 노하우가 다소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 받는 중국 업체의 진출이라는 점에서 향후 경영전략을 어떻게 펼칠지가 관심"이라고 밝혔다.
한편 동양생명은 고객 340만명을 보유하고 총자산이 20조원에 달하는 국내 8위 규모의 생명보험사다. 올 1·4분기 전년 동기 대비 80%가량 증가한 78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고 보장성 보험의 판매 비중이 꾸준히 느는 등 실적 상승세를 타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