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그룹이 또 분란에 휩싸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KB금융의 LIG손해보험 인수거래 승인을 지연시켜 사외이사 사퇴를 압박하자 사외이사들이 '관치금융'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KB금융의 LIG손해보험 인수거래 종료시한(10월27일)이 지나도록 여전히 승인을 내주지 않고 있다. 이 바람에 KB가 물어야 할 지연이자가 벌써 10억원을 넘었고 승인이 계속 미뤄지면 자칫 거래가 무산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간단치 않은 사안이다.
금융위가 승인을 미루는 표면적 이유는 KB의 경영관리 능력과 시너지를 검토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지만 납득하기 어렵다. KB의 LIG손보 인수계약 시점이 6월이고 금융위에 신청서를 낸 것이 8월인데 그동안 금융위는 뭐하고 이제까지 시간 타령인가. 사외이사진도 KB 내분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라는 말을 속 시원히 못하니까 변죽을 울리는 모양이지만 그런 접근방식은 정당하지 않을뿐더러 관치금융이라는 비난을 피하기도 어렵다. "민간 금융사의 내부 문제에 왜 당국이 간섭하느냐"며 불쾌감을 드러내는 사외이사들도 문제가 있다. KB사태의 책임을 지고 당장 물러나야 할 사외이사들이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다. 더구나 사외이사들이 윤종규 차기 KB금융 회장 추대에 큰 역할을 했다고 공신(功臣) 행세를 하려는 것이라면 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윤 내정자를 새 수장으로 맞은 KB금융이 다시 '리딩뱅크'로 우뚝 서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면 사외이사들은 용단을 내려야 한다. 2008년에 설립된 KB금융지주는 그동안 추락을 거듭한 끝에 신한·하나·농협에 뒤진 4등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여기에는 막강한 권한을 갖고 경영판도를 좌우해온 사외이사 구조에 상당한 책임이 있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 금융위 역시 오해를 살 만한 행위는 일절 삼가야 할 것이다. 지난 KB 내분에서 갈등 조정 역할에 소홀했던 것이 문제라면 KB 사외이사나 금융당국이나 오십보백보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