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부동산시장] '찍기' 다시 기승

찍기란 값이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아파트나 땅 등 부동산을 가계약만 한 채 본인 명의로 옮겨놓지 않고 1~2달내의 단기간에 웃돈을 받고 되파는 수법. 80년대말부터 90년대 초반 신도시 분양때까지 극성을 부렸다가 한동안 자취를 감췄는데 부동산시장 회복을 틈타 되살아나고 있는 것이다.특히 일부 지역에서는 '○○컨설팅' '○○부동산개발'등 그럴듯한 이름의 업소를 차려놓고 아파트가 들어설만한 땅의 소유주들과 매매약정만 체결한 채 땅값을 올려 주택업체에 되파는 기업형 찍기까지 등장하고 있다. 6일 경기 용인지역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들어 수도권 최고인기지역으로 떠오른 수지.상현.구성 등 용인일대에 분양된 40평형대 이상 중대형 아파트 가운데 좋은 층.향만을 골라 10~20개씩 분양권을 사달라는 찍기투자자들이 등장했다. 이에 따라 용인에서 알짜로 꼽히는 대형평형 아파트 분양권은 품귀현상을 빚으면서 값이 한달새 2,000만~3,000만원씩 치솟았다. 용인 수지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지난달에만 5억~10억원의 자금을 들고와 특정아파트의 분양권을 있는대로 사달라는 주문을 10여건 받았다"며 "주문을 하는 투자자들 가운데 상당수는 과거 부동산가격 폭등기에 재미를 본 40~50대 강남 주부들"이라고 귀띔했다. 찍기 투자자들은 분양권을 싹슬이 한후 짧게는 1~2주, 길게는 한달정도 보유한 뒤 가구당 1,000만~2,000만원의 차익을 남기고 되팔고 있다. 개인투자와는 달리 4~5명이 팀을 이뤄 수천평이상의 땅을 대상으로 한 건당 수억원대의 차익을 챙기는 이른바 찍기 업체도 출현했다. 지난달 경기 고양시에서 1만여평의 아파트 부지를 계약하려면 D건설은 5월에 평당 80만원하던 땅이 갑자기 120만원으로 뛰어오른 것을 알았다. 처음 부지를 물색할 때만해도 땅소유주는 현지주민들이었는데 막상 계약을 하려고 보니 S부동산컨설팅이란 이름뿐인 업체가 나서 자기들이 먼저 가계약을 했다며 평당 120만원 이하로는 넘겨줄 수 없다고 나왔다. 중간에 기어든 이 업체는 땅값을 시세보다 높이 받아주는 조건으로 땅주인들과 약정을 체결, 대리인으로 나선 것이다. D사는 울며겨자먹기로 이 땅을 평당 120만원에 사들였다. D사 관계자는 "땅값이 느닷없이 오른 탓에 아파트 분양가도 당초 계획보다 평당 10만원 이상 올릴 수밖에 없었고 결국 소비자들의 부담도 그만큼 커지게됐다"고 말했다. 이같은 기업형 찍기업체는 고양뿐 아니라 용인.김포 등 아파트 대규모 공급지역마다 많게는 10여개씩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찍기는 아파트나 아파트용지의 매물부족현상을 심화시켜 부동산 가격상승을 부채질하고 시장질서를 흐리는 행위"라며 "일반 실수요자를 보호하기 위해 행정기관에서 지속적인 단속이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학인가자LEEJK@SED.CO.KR 전광삼기자HISA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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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광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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