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세계 최장 외무장관' 사우디 왕자 별세

사우드 알파이살 40년간 역임… 올 4월 물러나

무려 40년 동안 사우디아라비아 외무장관을 역임해 세계 최장수 외무장관으로 알려진 사우드 알파이살(사진) 왕자가 9일(현지시간) 75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지난 1975년 3월 35세에 처음 외무장관에 오른 그는 올해 4월 말 비로소 자리에서 물러났다.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그는 최근 허리통증이 더 심해지는 등 건강이 급격하게 악화된 것으로 전해졌다. 올 3월에는 보행 보조기에 의지해 걷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사우디 사정에 정통한 한 인사는 "신경 계통에 문제가 생겨 최근에는 말까지 어눌해졌다고 들었다"며 "이미 몇 번 사의를 표명했다는 소문도 돌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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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임 시절 국왕의 두터운 신임을 받은 사우드 왕자는 중동 외교에 중추적 역할을 했다. 1978년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부터 팔레스타인 인티파다(무장봉기), 이란·이라크 전쟁, 걸프 전쟁, 미국의 이라크 침공 등 많은 외교사건을 담당했다. 친미 노선을 견지하며 사우디의 '조용한 외교'를 이끌어온 그는 무력 충돌보다는 경제 제재나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에 힘썼고 중동 국가들 간의 갈등을 조정하는 중재자 역할을 도맡아왔다. 다만 아랍민족주의 성향이 강해 이스라엘 문제와 서방의 2003년 이라크 침공에 이은 사담 후세인 수니파 정권 퇴출을 놓고 미국 정부와 마찰을 빚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우디의 유력한 왕위 계승자 후보이기도 했다. 그의 아버지는 사우디 3대 국왕인 파이살 국왕으로 그가 피살되지만 않았어도 사우드 왕자는 왕위를 물려받을 가능성이 높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젊은 시절 미국 프린스턴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그는 이후 사우디로 돌아와 핵심 요직인 석유부 차관을 지낸 후 외무장관을 역임했다.


최용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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