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흔들리는 중국경제] 기고.. 유진석 삼성경제연 수석연구원

최근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 문제가 국내외 신문 지면을 온통 장식하고 있다. 언론의 표현대로 가히 「위안화 신드롬」이라고 할 만 하다. 위안화 절하문제는 중국의 경제사정이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빠지지 않고 거론되고 있는데 이번에는 광동국제신탁투자공사(GITIC)의 공식 파산선언과, 홍콩 주식시장에의 파급 등을 계기로 불거지게 되었다.현재 중국의 경제사정이 어렵고 금융부문이 불안함은 사실이다. 두자리수를 상회하던 경제성장률은 7%대로 급락했고 성장을 선도해 오던 수출은 98년 0.5% 증가에 그쳤다. 실물부문과 함께 금융부문도 적신호를 보이고 있다. 금융개혁이 본격 추진됨에 따라 부실금융기관의 파산이 줄을 잇고 있으며 부실채권 규모는 GDP의 약 30%인 2,500억달러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사정들이 바로 위안화 절하로 연결될 것이라고 보기에는 논리적 비약이 있다. 중국경제의 위기를 극복하는데 위안화 절하가 만변통치약이거나 유일무이한 대안은 아니기 때문이다. 많은 국제금융 관계자들이 위안화 절하가 가져올 파장에 대해 심리적으로 과대한 예측을 하거나 과민반응을 보이고 있음은 경계해야 할 일이다. 단기간내 위안화 절하 가능성은 희박 위안화 절하로 인한 경제적 효과들과 내외부적 변수들을 종합해 볼 때 단기간내, 적어도 금년 상반기까지는 위안화 절하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전망된다. 평가절하시 중국경제가 얻는 이익보다는 손실이 더 많을 수가 있다. 이미 주변 동남아 국가들의 환율이 상당히 절하된 상태에서 위안화 절하가 중국의 수출경쟁력 강화에 가져오는 효과는 제한적이며 만약 그로 인한 주변국의 연쇄적 평가절하가 일어나면 그마저도 상쇄될 것이다. 또한 개혁추진에 절대적으로 안정적 환경이 필요한 상태에서 평가절하는 인플레압력을 가중시키고 외국인 투자자의 신뢰저하로 외국자본 이탈이 가속화될 우려도 있다. 경상·무역흑자 구조의 지속과 1년치 수입금액을 상회하는 외환보유고 등 외환지표도 양호하다. 금융부실과 금융위기를 우려하나 최근 부실 금융기관들의 파산은 금융개혁 추진 과정에서 어느 정도 예상됐던 일이다. 중국경제의 성장잠재력은 금융부문의 취약성을 어느 정도 상쇄하고 있다. GDP의 15%에 못미치는 총외채 규모, 20% 미만의 단기외채 비율, 중국 자본시장의 폐쇄성 등 중국이 아직 전면적 외환·금융위기에 빠질 가능성도 희박하다. 이같이 중국이 아직까지 위안화 환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여력이 있고 위안화 절하가 반드시 중국경제에 이익이 된다는 보장이 없는 상태에서 아시아 외환위기를 재발시킬지도 모르는 위험과 비난을 중국이 감수할 이유는 별로 없다. 전망 자체에 연연하기 보다는 영향에 대비해야 물론 위안화의 절하압력은 상존하고 있다. 금년에는 부실 국유기업과 금융개혁 과정에서 파생될 실업의 증가가 우려되고 있다. 여기에 중국경제의 침체와 수출둔화가 본격화되고 기업도산이 급증하면 일반 국민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이와 같은 경제적 요인들은 평가절하의 정치적 압력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실업 증가로 인한 사회적 불안과 경제적 불만은 중국의 정치적 안정을 위협할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정책결정이 자국민의 이해를 우선하고 서방국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의성이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당국의 한결같은 평가절하 부인 약속도 철석같이 믿을만한 것이 못된다. 즉 위안화 절하는 반드시 경제적 변수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또한 엔화환율의 동향, 홍콩금융시장 등 주변시장의 동요는 언제든 돌발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가능성이 상존하는 중국의 위안화 절하문제에 대해 그 시기와 폭 등을 전망하기란 어려울 뿐더러 현실적으로 우리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위안화 절하시 우리나라의 대중수출, 투자는 물론 금융시장 등 경제 전반에 걸쳐 타격이 우려된다. 위안화가 절하된다면 우리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경제적 충격이 얼마만큼 있을 것인가, 그 영향은 과연 동남아 국가들의 연쇄절하로 이어져 아시아 외환위기가 재발된다고 단정할수 있는가 등에 대한 냉철한 영향 분석과 그에 대한 대비가 보다 생산적일 것이다. 중국시장은 우리에게 아직도 중요한,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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