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보험사기] 보험사들 사기극에 골머리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이후 경제사정이 어려워지면서 보험금을 노린 보험사고가 늘어 보험사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단순한 차량 접촉사고로 수개월동안 입원하는 사례에서부터 전문적으로 보험사기를 벌이는 경우, 자해(自害) 등을 통해 보험금을 타내려는 경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법이 동원되고 있으나 보험사들은 별다른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특히 현행 보험약관은 범죄행위나 음주운전중에 사고를 당해도 일정한 요건만 갖추면 보험금을 지급하도록 돼있어 이의 개정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미국·일본 등 선진 보험국가들의 경우 범죄행위나 음주운전중에 발생한 사고는 재해사고로 인정하지 않아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고 있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적발된 보험사기는 하루 평균 14건으로 지난 97년보다 50% 이상 늘어났다. 보험사기는 성격상 적발되기 어렵다는 것을 고려하면 실제 보험사기는 이를 크게 웃돌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단순한 교통사고를 고의로 일으켜 보험금을 타내는 사례는 각 보험사 창구마다 비일비재하다. 李모씨는 8개 보험사에 상해 보험 계약을 체결한후 가벼운 접촉 사고를 내고 병원에서 4주 진단을 끊어 보험사별로 하루 15만원 안팎의 입원급여금을 지급받고 있다. 보험사들은 李씨의 사고가 고의성이 있다고 보고 있으나 입증할 방법이 없어 속앓이를 하는 상태다. 보험사와 경찰은 지난해와 올해 보험금을 노린 전문 교통사고 사기단을 수차례 검거했으나 전체 보험사기에 비하면 적발건수는 소수에 불과하다고 보험업계는 보고 있다. 범죄행위중에 일어나 사고도 마찬가지다. A보험사 상해보험에 가입해 있던 金모씨는 지난해 경기도의 모대학 사무실에 몰래 들어가 물건을 훔치다 직원들이 들어오자 당황해 창문으로 뛰어내려 식물인간이 됐다. 가족들은 보험사를 상대로 1억여원의 재해 보험금을 청구했고 보험사는 金씨가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서도 창문으로 뛰어내렸다고 판단, 보험금 지급을 거절한채 소송을 진행중이다. 그러나 보험사는 金씨의 고의여부를 입증하기가 쉽지않아 애를 먹고 있다. 보험업계에서는 『현행 보험약관은 범죄행위나 음주운전중에 사고가 나도 우연성·급격성·외인성의 3대 요건만 갖추면 보험금을 지급도록 하고 있다』며 『만취운전중이거나 조직폭력배들의 집단 패싸움중 사망하거나 다치는 경우에도 보험금을 지급하는 나라는 우리나라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97년 발생한 경남 진해 수협 직원 사건도 의문에 싸여 있다. 그는 20여개 보험사에 보험계약을 체결, 자신의 월급(220만원)보다 많은 520만원을 보험료로 내던중 자기 과실로 인한 교통사고로 사망, 유족들은 보험사를 상대로 40여억원의 보험금을 청구했다. 1심에서는 유서가 없고 보험사가 고의를 입증할 수 없다며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고 보험사들은 이에 불복, 고등법원에 항소한 상태다. 한편 보험금을 노린 범죄도 크게 늘고 있다. 아버지가 아들 손가락을 짜르거나 택시기사와 짜고 자기 발목을 절단하는 사고, 여동생을 감전사시키는 사고 등 패륜적 보험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박윤일(朴潤一) 라이나생명 조사부장은 『경제가 어려워지며 고의사고를 내 보험금을 노리는 위장가입이 크게 늘고 있으나 보험사들은 이를 막을 방법이 마땅치 않아 고민』이라고 밝혔다. 많은 보험가입자들이 보험사기를 범죄로 생각하지 않고 자기가 낸 보험료를 환불받는 것으로 인식, 경제침체 지속과 함께 보험사기 건수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대표적인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로 불리는 위장 보험사고는 사회 불안을 가중시킬 뿐아니라 그 피해가 선의의 가입자에게 돌아간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정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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