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만들 때 제 목표는 10년, 20년 후에도 영화의 메시지가 가치가 있는지입니다. 제게 이 시대를 반영하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티켓이 주어졌는데 나에게 주어진 시간 안에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느냐가 중요하니까요."
길게 늘어뜨린 머리, 덥수룩한 수염, 진지한 태도에서 영화 속 유쾌한 꽃미남은 찾기 어려웠다. 한 때 소녀들의 방 벽면을 장식했던 할리우드 미남 스타 브래드 피트(48ㆍ사진)는 어느덧 쉰을 바라보는 중견배우가 돼서야 우리나라를 첫 방문했다. 영화 '머니볼' 홍보차 방한한 그는 15일 서울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검은 셔츠와 바지를 입고 등장했다. 한국어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한 뒤 그는 "지난해 안젤리나가 한국에 왔었는데 한국에 대해 좋은 얘기를 많이 해줘 언젠간 한국을 방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현재 그는 연인인 배우 안젤리나 졸리와 6명의 아이를 키우고 있다.
17일 개봉하는 브래드 피트 주연작 '머니볼'은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벌어진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다. 기존의 선수 선발 방식과는 달리 경기 데이터만을 기반으로 선수들을 배치해 승률을 높이는 '머니볼'이론을 적용시킨 구단장 빌리 빈의 이야기를 담았다. 피트는 영화에 대해"예산이 적은 팀이 큰 팀과 경쟁하기 위해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해 성공하는 이야기"라며 "저도 경쟁심이 강한 사람이라 극한 상황에서 경쟁하는 모습이 공감됐다"고 말했다.
경쟁이 치열한 할리우드에서 20년이 넘게 톱스타로 살아남을 수 있었던 피트의 비결은 뭘까. "연기를 할 때 내가 어떻게 하면 다른 배우와 차별화될 수 있을 지를 고민합니다. 내가 단순히 이 작품의 부품이 아니라 남들이 할 수 없는 모습을 어떻게 보여줄 수 있는 지를 말이지요. "단역 출신으로 할리우드 빅스타로 발돋움한 피트는 시골 꼴찌 구단에서 메이저리그 빅팀으로 성장한 '머니볼' 스토리와 닮아있는 듯했다.
피트는 '머니볼'로 내년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유력 후보 물망에 오르내리고 있다. 20여년간 정상급 스타였으나 한 번도 받은 적이 없는 상이다. 그는 "물론 오스카에서 상을 받으면 즐거울 것"이라며 "각자의 영역에서 최선을 다한후 갖는 축제의 자리이기 때문"이라고 에둘러 답했다.
그는 배우 뿐아니라 제작자로서의 욕심도 크다. 현재 '월드 워 제트(World war Z)'라는 영화를 제작중인데 이 작품에는 우리나라의 한 대기업 영화사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트는 "글로벌 시대이기 때문에 서로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는 게 중요하다"며 "한국은 스포츠ㆍ엔터테인먼트 등에서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나라인 만큼 함께 한다면 배제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