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삼성-대우빅딜 중대기로] 주내타결 안될땐 무산 가능성

삼성자동차와 대우전자의 빅딜(대규모 사업교환)이 중대기로에 섰다.대우그룹 정주호(鄭周浩)구조조정본부 사장은 22일 기자간담회에서 『이건희(李健熙)삼성회장과 김우중(金宇中)대우회장이 지난 1월21일이후 두달만에 다시 만나 자동차·전자 빅딜을 논의했다』고 말했다. 또 『삼성자동차와 대우전자의 빅딜이 이번주안에 성사든, 결렬이든 분명한 결말을 낸다』고 말해 빅딜 무산 가능성도 있음을 내비쳐 주목되고 있다. 양 그룹 총수가 만나 담판을 짓는 자리라는 점에서 鄭사장의 말은 언뜻 빅딜 성사쪽으로 들린다. 그러나 지금까지 삼성과 대우사이에 진행돼온 협상을 쭉 지켜본 사람이라면 사실상 결렬쪽으로 기운게 아니냐는 느낌을 강하게 받게 된다. 이날 회동에서는 그동안 관심을 모아온 삼성자동차 처리 못지않게 대우전자 를 빅딜대상에서 제외하는 문제가 집중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삼성과 대우의 빅딜은 맞교환의 형태가 아니라 대우가 삼성자동차의 자산과 부채를 인수하는 형식으로 바뀌게 된다. 또 삼성자동차 인수를 위한 협상이 상당히 진척됐고 나름대로 합의점도 찾았다지만 SM5의 계속생산 여부, 계속생산에 따른 기업가치의 변화, 부채인수 규모 등 핵심쟁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여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룹 총수간 독대가 결국 빅딜 무산을 선언하기 위한 모양갖추기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대우전자가 빅딜대상에서 떨어져나온다=대우가 삼성자동차를 인수하는 문제와 삼성이 대우전자를 인수하는 문제는 별개로 처리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삼성자동차를 처리한 후 대우전자 문제를 논의한다는 당초 방침은 아예 폐기되고 대우전자가 독자생존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을 전망이다. 사실 대우전자는 그동안 독자생존을 염두에 둔 행동을 계속 해왔다. 대우전자 본사에 걸려있던 「빅딜반대」현수막은 이미 오래전에 「세계경영」으로 바뀌었고 1억3,000만달러 규모의 외자유치도 성사시켰다. 그룹 차원에서는 이미 대우전자의 알짜 사업부문 해외매각 등 자체 구조조정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그룹 고위관계자들이 미국, 유럽등지에서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해외법인의 매각협상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필립스 등 전략적 제휴대상 업체의 명단까지 나돌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대우전자가 독자생존으로 방향을 바꾸는 가장 큰 이유는 「해외사업장 문제」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가 지난 수년간 그룹차원에서 해외경영을 추진, 대우전자의 사업장 분포가 예상외로 복잡한데다 해당국 정부와 얽혀있는 문제가 만만치않다는 것이다. 대우전자를 삼성에 넘기기 위해서는 현지 진출국 정부와 미리 풀어야 할 문제들이 적지않다는 분석이다. 삼성측도 대우전자 인수에 따른 실익이 많지 않음을 인정하고 있다. ◇삼성자동차 인수도 물건너갈 가능성이 높아졌다=대우의 삼성자동차 인수부분 역시 타결의 실마리가 풀렸다는 징후가 전혀 없다. 비록 2개월만의 양 그룹 총수간 회동이라는 이벤트가 있었지만 근본적인 시각차를 해소하기 위한 만남이었는지는 불투명하다. 지난 1월 회동에서도 양 그룹 총수가 「조속한 타결」을 약속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대우 鄭사장은 이날 『삼성자동차의 부채는 한푼도 인수할 수 없다』며 『삼성자동차의 40만평규모 신호공단 조성에 3조4,000억원이 들었다는데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대우 군산공장은 100만평 건설에 8,000억원 정도 들었다』고 덧붙였다. 부채인수 규모나 자산가치를 보는 입장이 이처럼 다른 상황이다. 상대에 대한 신뢰감을 읽기 어려운 발언이었다. 대우는 SM5의 계속생산에 대해서는 이전보다 긍정적인 반응이다. 물론 『경제논리로 보면 안된다』고 전제했지만 『부산지역 상황이 너무 나쁘다』고 현실을 인정했다. 鄭사장은 『당장 생산을 중단하고 다른 라인을 설치하려면 1년6개월 정도 걸리는데 그 경우 부산지역경제는 큰 어려움을 겪는다』고 밝혔다. 계속 생산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얘기로 들릴 만하다. 물론 극적 타결 가능성을 무시할 수는 없다. 양 그룹 총수들이 다음달초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참석하는 정·재계 간담회에 앞서 가시적인 구조조정 성과를 보여줘야 하는 입장이라 적극적으로 타결책을 모색했을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결국 이날 양 그룹 회장의 회동을 계기로 어떤 방식으로든 삼성자동차-대우전자의 빅딜이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빅딜을 깨뜨리고 대우측이 삼성자동차만 자산·부채 인수방식으로 떠안든지, 아예 이조차 없던 일로 치부하고 모든 것을 원점으로 돌리든지, 이날 두 회장의 회동이 이를 결정하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손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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