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에는 김범수 LG-EDS시스템 사장이 그 영예를 안았다. 『직장에 몸담은 이후 32년 동안 한번도 컴퓨터와 떨어져 생활을 해 본 적이 없다』는 金사장은 『정보통신기술(IT)이 나를 바꾸고 기업을 혁신할 수 있다는 신념으로 살아왔다』고 소감을 밝혔다.金사장은 만인이 인정하는 국내 1세대 전산인. 그는 국가·사회·기업정보화에 이바지한 바가 크다. 올해의 정보통신인으로 선정된 것도 이런 이유다.
그는 국가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국가정보화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이같은 신념에서 그는 국세청 국세통합전산망 구축(93년), 대법원 부동산등기업무전산화(94년), 특허청 전자출원및 특허정보서비스 시스템 구축(95년) 등 전자정부 구현을 위한 정보화 추진을 주도해 왔다.
이 가운데 특히 국세통합전산망(TIS) 구축은 큰 의미를 갖는다. 허위 세금계산서를 매입, 부가가치세·소득세·법인세를 탈루하던 사업자들이 TIS라는 그물을 빠져나가기 어렵게 된 것이다. 과거에는 감에 의존해 세무조사 대상자를 선정했다. TIS를 이용하면 미리 입력한 기준에 따라 혐의자 명단을 금새 알 수 있다.
金사장은 『국내 초유의 대형 공공 프로젝트였던 TIS의 성공적인 구축으로 납세자 서비스 및 세입징수 업무를 선진국 수준으로 향상시켰다』고 자평했다.
지난 94년 시작된 대법원 부동산등기업무 전산화 사업도 金사장의 빼놓을 수 없는 공적이다. 2억8,000만 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의 부동산 등기 관련 문서를 전자화하고 정보시스템을 구축하는 프로젝트다.
등기업무 전산화로 2시간 가량 걸리던 등기부 등초본 발급이 5분 이내로 줄어 들며, 무인발급기를 통해서도 관련 서류를 발급받을 수 있게 된다. 또 관할등기소에서만 등초본을 발급했으나, 앞으로는 모든 등기소에서 이를 처리할 수 있다.
특히 2000년부터는 데이터 베이스에 수록된 등기부의 경우 PC통신을 통해서도 열람할 수 있게 될 예정이다. 金사장은 『사업이 완료되는 2003년부터는 연간 3,000억원 이상의 비용절감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자신한다.
金사장은 LG그룹의 정보최고담당관(CIO)이다. 그는 LG 계열사를 포함하여 제조·금융·교육·유통·의료 분야에 이르기까지 국내기업의 정보화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추진, 「산업 정보화」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왔다.
이와 함께 한국인터넷협의회 초대회장을 역임하고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회장으로 활동하면서 인터넷 보급 및 정착과 소프트웨어 산업 진흥에 힘쓰고 있다.
『삼풍 백화점과 성수대교가 왜 무너졌습니까? 가장 큰 원인은 저가 수주 때문입니다. 가격 위주로 사업을 벌이면 적자가 나고 결국은 부실시공이 되거나 회사가 거덜나게 돼 있어요. 미래 국가 경쟁력의 원천인 정보기술(IT) 산업도 예외는 아닙니다』 그는 가격 위주의 사업, 즉 저가(低價) 경쟁이 바로 우리 업계가 버려야할 낡은 관행이라고 못박았다.
金사장은 국가의 미래가 달린 정보산업 분야에서 만큼은 가격경쟁을 지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고부가가치 산업인 지식·정보 산업에서의 저가입찰 계약방식은 국가 경쟁력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그는 최근 소프트웨어산업협회 회장으로서 가격보다 기술력에 대한 평가에 더 큰 비중을 두는 「협상에 의한 사업자 선정」 방식을 정부에 제안, 정통부로부터 화답을 이끌어 냈다. 저가경쟁에 멍드는 IT 산업을 보호하자는 취지에서다.
『우리나라가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건 여자 골프와 IT 분야다』 그룹마다 IT 회사가 있는 나라는 한국뿐이어서 기술 위주의 건강한 경쟁 풍토만 자리잡게 되면 세계에서 1등을 할 수 있다는 게 金사장의 설명이다.
특히 IT분야 인력자원이 풍부해 미래도 밝다고 그는 덧붙인다. 『산업사회에선 우리가 선진대열에 들기가 쉽지 않았지만 정보화사회에선 우리가 앞설 수 있는 소지가 많다』고 金사장은 낙관한다.
金사장에게는 『IT 업계의 대부」, 「정보화 전도사」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대부라는 별명이 붙은 것은 그가 컴퓨터 1세대로서 국내 IT 분야의 역사가 곧 그의 인생 역정과 일치하기 때문이다. 金사장은 67년 국내 민간기업으로서는 처음으로 컴퓨터를 경영에 도입한 유한양행에서 시스템 엔지니어로 발탁돼 30여년간 줄곧 IT 분야에 종사해 왔다.
국가·사회·기업 등 모든 분야에서 IT의 중요성을 역설한 그에게 전도사라는 수식어가 붙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김범수 사장은 국내 기업이 세계적인 선진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스탠더드를 충족시키는 품질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요즘은 인터넷이 중심이 되는 「E-비즈니스」 시대다. 인터넷으로는 세계 어느 나라와도 실시간 비즈니스가 가능하기 때문에 세계 기준에 맞는 품질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세계적인 품질을 충족시키는 정보기술력은 21세기 산업 인프라로 국가와 기업의 미래를 결정지을 중요 변수가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金사장은 『10년 후면 IT 개념이 없는 사람은 CEO가 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한다. 컴맹이냐 아니냐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지식·정보 산업의 중요성에 대한 마인드가 문제라는 뜻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조직의 의사결정권을 가진 경영자의 정보화 마인드와 정보활용 의지』라고 金사장은 덧붙였다.
문병도기자DO@SED.CO.KR